中 수요 기대감 불구 침체 우려 여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산유국들의 깜짝 감산 결정 이후 국제유가가 수개월 래 최고치를 찍으면서 유가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산유국 감산 결정 이후 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 시장과 거시경제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해 당분간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월가 전문가들은 OPEC+ 깜짝 감산 이후 제기됐던 유가 100달러 전망은 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 80달러 위로 오른 유가
이달 초 OPEC+가 다음 달부터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원유 추가 감산을 발표하면서 원유 수급에 대한 우려는 커졌고, 지난달 중순만 해도 202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60달러선을 기록했던 유가는 단숨에 80달러 위로 올랐다.
12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틀 연속 2% 넘는 상승세를 기록하며 배럴당 83.26달러에 마감돼 5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브렌트유도 이날 2% 넘게 올라 배럴당 87.33달러 배럴당 87.33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1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OPEC+가 유가 추가 하락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수요가 회복되면 수급 여건이 타이트해지면서 현재는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유가 전망치를 상향해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EIA는 올해 WTI 가격 전망치를 직전월 제시했던 수치보다 2.8% 높은 79.24달러, 내년은 5.1% 높은 75.21달러로 제시했다. 브렌트유도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85.01달러, 81.21달러로 각각 2.5%, 4.7% 상향했다.
고강도 코로나 방역조치로 작년 이례적 감소세를 기록했던 중국의 원유 수요가 올해 리오프닝과 함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유가 상승 기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EIA와 OPEC,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모두 올해 중국의 원유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상태다.
이러한 수급 여건 변화를 감안해 밥 맥낼리 라피단 에너지 대표와 CMC마켓츠의 티나 텅 애널리스트 등은 국제 유가가 다시 100달러대로 급등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자동차에 주유하는 모습[사진=블룸버그] |
◆ '침체' 부담도…"100달러 전망은 과해"
올해 국제유가 전망은 전반적으로 강세 시각이 우세하나, 최근 커지고 있는 경기 침체 우려 등 하방 압력도 만만치 않다. 특히 월가에서는 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에는 강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은행 위기에서도 보여지듯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중앙은행들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파장은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를 지적하며 올해 글로벌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상태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산유국들) 감산으로 단기적으로 유가가 좀 더 오르면서 타이트한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수는 있으나, 100달러 전망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가 상방 요인보다 둔화하는 글로벌 성장 흐름 등 수요 감소 위험이 더 크다면서 연말 유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캐피탈 창립자인 존 킬더프 역시 OPEC+ 감산 자체로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것 같지는 않다면서, 과거에도 유가 하락을 막고자 했던 OPEC의 시도는 성공 확률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데일리FX 사이트는 수요 감소 우려가 여전하고, 오는 5월 연준이 금리를 25bp 올릴 것이란 관측도 우세해 유가는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크게 둔화했음에도 선물 시장은 5월 25bp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70% 정도로 높게 잡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