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2분기 늘 바이백 계획 발표...'자신감 표현'
월가 전문가들 112조원 규모 바이백 예상
"예상치 못한 변화 있으면, 안전 자산 지위 손상"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애플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아이폰이나 개인용 컴퓨터 맥(Mac) 판매량이 아닌 회사의 자사주 매입(stock buyback·바이백) 금액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자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종목명:AAPL)의 자사주 매입 규모를 맞추는 것이 월가에서 일종의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 로고. [사진=블룸버그] |
시장에서 애플의 자사주 매입이 이처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매년 애플이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혀 온 탓이다. 특히 2분기 실적과 함께 나오는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들에게는 '비지니스에 대한 애플의 자신감의 표시'로 여겨져 왔다는 지적이다.
통신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애플이 총900억달러(한화 약 118조 8,000억원) 규모의 바이백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딥워터 에셋 매니지먼트 진 먼스터 공동 설립자는 "(자사주 매입 규모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다면 안전한 투자처라는 애플의 지위가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주당 순이익을 높이고, 이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통상 호재로 여긴다.
애플의 경우 바이백과 꾸준한 현금 흐름 등에 힘입어 주가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해 왔다. 올해에만 애플의 주가는 27% 올랐는데, 이대로라면 2년 연속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알파벳 등 여타 메가캡의 수익률을 웃돌 전망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0년 자사주 매입에 5730억달러(756조3600억원)를 썼다. 미국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또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나 비즈니스 사이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자사주 매입은 비교적 꾸준히 이어져 왔다.
리서치 회사 베리티데이터(VerityData)의 알리 라기 수석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자사주 매입과 관련하여 시장 타이밍을 맞추려 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자사주 매입을 의미 있게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가장 많은 자사주 매입을 승인한 시기는 2018년으로 당시 애플은 1000억 달러를 책정했다. 지난 2년 동안에는 각각 900억 달러 규모로 사들였으며, 라기는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바이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애플의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각각 2%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애플의 자사주 매입 전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분기 애플은 현금과 유가증권으로 약 1650억달러(217조 8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현금에서 부채를 뺀 금액인 순현금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목표에 따라 2012년 애플이 바이백을 시작한 이후, 오는 2025년까지 환매 및 배당금이 총 1조달러(1320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애플의 2분기 실적 발표는 내달 4일 예정돼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