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매출, 순이익 전년 대비 90%·180% 증가
예약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반도체 업황 악화 여파
장기 성장 우려에 뉴욕 장중 주가 4%↓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반도체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월가 전망을 웃도는 강력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다만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1분기 '예약 매출'(net booking)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소식에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장중 회사의 주가는 4%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나영 인턴기자=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 로고. 2023.01.27 nylee54@newspim.com |
ASML은 1분기 매출이 67억4700만유로(한화 약 9조8300억원), 순이익은 19억6000만유로(2조8500억원)를 기록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매출 총이익률(매출에서 원가를 제한 이익)은 50.6%다.
전년 동기 매출 35억3000만유로, 순이익 6억9530만 유로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90%, 180%가량 늘었다.
또한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전문가 전망치(매출 63억3000만유로, 순익 16억6000만유로)도 웃도는 결과다.
◆ 예약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반도체 업황 악화 여파
다만 ASML은 예약 매출이 올 1분기 37억5000만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 줄었다고 밝혔다. 예약 매출은 장비 수주 금액을 보여주는 수치다. 반도체 업황 악화가 이어지며, 삼성, TSMC,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들의 설비 투자 축소로 주문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모간스탠리의 리 심슨 애널리스트는 1분기 ASML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지만 "고객들의 설비 투자 삭감이 주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는 2024~2025년 회사의 성장에 역풍이 있을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미 여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반도체 업계 전반이 재고를 건전한 수준에 맞추려고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최종 시장에 수요에 대한 엇갈린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수요는 여전히 올해 생산 용량을 초과하고 있으며 현재 389억유로(56조7000억원) 이상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ASML의 EUV 노광장비 [사진=업체 홈페이지] |
ASML은 2분기에는 매출이 65억~70억유로, 매출총이익률은 50%~5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3년 전체 매출이 2022년에 비해 25% 이상 증가하고 매출총이익률도 소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연간 가이던스는 연초 내놓은 것과 변함없는 수준이다. 연초 ASML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조치로 인한 가이던스 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ASML의 예약 매출 감소로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19일 나스닥에 상장된 ASML(종목명:ASML)의 주가는 장중 4%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ASML은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