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쌈짓돈' 지방소멸대응 예산 본격 손질
정부가 모펀드 조성한 후 민간기업 투자 유치
아이템 좋은 지자체 대형프로젝트 적극 지원
[세종=뉴스핌] 성소의 정성훈 기자 = 정부가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 예산의 40%를 별도 펀드로 조성할 방침이다. 아이템이 좋은 자자체의 대형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예산을 마중물 삼아 모(母)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자본을 추가로 유치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지방소멸대응 예산이 1조원 규모이고 정부가 매년 늘려갈 방침이어서 최소한 400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이 매년 투입될 전망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 예산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수의 지자체에 나눠주기식으로 집행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강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기재부 핵심관계자는 "지방소멸대응 예산이 연간 1조원 규모인데, 100여개 지자체 조금씩 나눠주는 구조"라면서 "정부 예산의 약 40%를 별로 펀드로 조성한 후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지자체의 대형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2023.03.09 victory@newspim.com |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재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자체가 투자 계획을 작성해 제출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심사한 후 기금을 지원한다.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총 122개 광역 및 기초 지자체에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 간 매년 1조원의 기금이 투입된다.
문제는 100개가 넘는 시·도 광역자치단체의 재원 수요를 중앙정부가 모두 감당하기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122개 지자체가 지난해 신청한 총금액은 1조3598억원으로 실제 배분된 금액(7500억원)의 두배에 달한다.
지역 특성과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기금이 지원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문화·체육시설을 단순 리모델링하는 데 기금을 쓰거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는 '쌈짓돈' 정도로 활용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월 전북도청에서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개선을 주문했다.
정부가 찾은 묘안은 지방소멸대응 예산을 민간 자본과 연계하는 방법이다. 정부가 지방소멸대응 예산의 일부를 출자해 모(母)펀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자금을 추가로 유치해 펀드 규모를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이렇게 조성된 펀드는 지자체와 민간업체가 함께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게 된다.
정부는 1조원 규모 지방소멸기금 일부를 떼어서 모펀드에 출자하는 방안과, 별도의 지방소멸대응 예산을 늘려서 모펀드를 구성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방소멸 예산의 약 40% 정도를 모펀드에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펀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수천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 투자가 가능해진다. 현재는 광역단체 25%, 기초단체 75% 비율로 재원이 배분되고 있어 광역지자체 기준 최대 211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펀드를 조성하면 지자체 입장에선 지금보다 탄탄한 재원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
중앙정부 돈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 투자 재원을 다변화하자는 취지도 있다. 민간 자본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민간의 창의력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발휘될 수 있고, 이는 재정 지원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만 정부는 지자체마다 재정 여건과 지역사업 현황이 상이한 점을 고려해, 희망하는 지자체 혹은 준비된 사업이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우선 지원사업을 벌인 뒤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펀드사업을 조성할 수 있으면 하고, 여건이 안 되면 현재처럼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영주시 도심지 전경[사진=영주시] 2023.03.03 nulcheo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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