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에 시정조치 부과
함정 장비기술, 견적비용 등 정보 차별제공 금지
향후 3년간 반기마다 시정조치 이행상황 보고해야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한화그룹 5개 회사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 함정 부품 시장과 함정 시장서 경쟁 제한 우려 발생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국내 함정 부품 시장과 함정 시장에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화에 ▲차별적 견적가격 제공 ▲차별적 기술정보 제공 ▲ 경쟁사 정보 계열사 제공을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한화는 향후 3년간 함정 탑재장비의 견적가격을 대우조선해양의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 등에 차별적으로 제공해선 안 된다. 또한 경쟁업체들이 함정 탑재장비의 기술정보를 요청했을 때 이를 거절할 수 없고, 경쟁업체들로부터 얻은 영업비밀을 대우조선해양에 넘기는 행위도 해선 안 된다.
공정위 시정조치는 방위사업과 조선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대우조선해양에만 부과된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는 보통주식 49.3%를 취득하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을 지난해 12월 16일 체결하고 사흘 후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서는 ▲국내 함정 부품 시장과 국내 함정 시장 ▲세계 가스 압축기 시장과 세계 LNG 운반선 시장 ▲세계 가스 압축기 시장과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 3개 분야에서 수직결합이 발생한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국내 함정 부품 시장과 국내 함정 시장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함정 부품시장에서는 레이더장비, 전자광학장비, 함정항법장비 등 13가지 함정 부품을, 함정 시장에서는 수상함, 잠수함을 각각 관련 시장으로 묶었다. 군수품은 국산품 우선 구매가 이뤄지므로 지역적으로는 국내 시장에 한정해 경쟁 제한성을 검토했다.
◆ 한화 10개 함정 부품시장서 1위…대우조선 잠수함 1위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최근 5년 매출액 기준으로 함정 부품 13개 시장 중 10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64.9~100%에 이르는 1위 사업자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상함 시장에서 점유율 25.4%의 2위 사업자이며, 잠수함 시장에서 점유율 97.8%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3.04.27 dream78@newspim.com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3.04.27 dream78@newspim.com |
이 같은 시장집중도로 인해 함정 건조업체가 함정 부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거나 구매조건 등이 악화되는 구매선 봉쇄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방위사업청의 함정 입찰 평가기준은 기술능력평가 80%, 가격평가 20%로 구분되는데, 함정 부품업체가 함정 건조업체에 차별적인 정보를 제공할 경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방사청 규정에 따를 때 함정 건조업체와 부품 업체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입찰 제안서 평가항목이 다수 존재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쟁업체에 함정 부품 정보나 견적 가격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들 업체로부터 얻은 영업비밀을 대우조선해양에 넘기지 못하도록 시정 조치하기로 했다.
공정위 시정조치를 이행할 의무는 13개의 함정 부품시장 중 한화의 최근 5년간 평균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10개 시장에서 이뤄지게 된다. 또한 방사청이 함정 부품을 직접 구매하는 관급시장은 제외되고 함정 건조업체가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시장에만 적용된다.
한화는 공정위에 반기마다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하고, 공정위는 3년 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정조치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 방사청 감시로는 한계…"대우조선 회생불가 아냐"
공정위는 함정 부품과 함정 공급 사업이 국제적 경쟁상황에 놓여 있지 않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군수품과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방사청이 유일한 수요자이므로 방사청을 통한 감시와 제재가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으나 방사청이 직접 함정 부품을 구매하는 관급이 아닌, 함정업체가 함정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의 경우 감시에 실질적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화물연대 현장조사 방해행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정위 제공] 김명은 기자 = 2022.12.05 dream78@newspim.com |
독과점 우려가 커도 인수대상 회사가 '회생불가'로 인정될 경우 기업결합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데 공정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2년 영업손실이 3조 3000억원에 달하는 등 어려운 재무상태에 처해 있으나 최근 2년 동안 수주실적 증가와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 증가, 선박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회생 불가능한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공정위 결정은)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과 관련해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를 받기 전으로 현재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