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금 우리 정치에는 전후 가리지 않고 정책을 뒤집으려는 사람들 투성이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에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이 개입했고, 이들이 잘못된 경제성 분석 결과로 보 해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원천 무효화'를 선언했다.
'물 관리 일원화'마저 진영논리가 개입됐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하천 정비와 제방 관리까지 맡게 된 환경부가 수량을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물 관리 업무'를 국토교통부로 재이관해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그 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주장해 왔다. 취임 뒤에도 '4대강 보 활용'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번 감사 결과를 전 정부 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셈이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향해 "물 관리 업무를 제대로 못 할 거면 환경부에서 국토부로 넘기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감사는 이번이 다섯 번째로, 앞서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감사를 또 뒤엎은 것이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때 1차 감사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감사위원을 맡았다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2~4차 감사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는데, 다시 바뀐 것이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면 지금 내려진 결정이 또 뒤바뀌는 건가.
물 관리는 환경부가 떠맡으면서 국토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거의 그대로 옮겨와 맡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이번 집중호우 참사 대응엔 관련 부처가 소관 업무와 자기 매뉴얼만 따지고 유기적 협응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물관리 일원화 정책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다. 국토부 재이관을 포함해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논의해 볼 일이라는 점은 수긍할 만하다. 다만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면 다음 정권에서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입맛에 맞지 않는 정책을 뒤엎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된다.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임기 5년 안에 정상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임기 안에 무엇인가를 이루어내고 말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가질 생각은 아니다. 철저한 사실을 토대로 장기적으로 국민을 설득하지 않는 한 다시 갈등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임기 뒤에도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정책을 쉽게 뒤집거나 밀어붙이기식의 사고방식을 적용해서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4대강 악순환을 끊고 물 관리 논란을 가라앉힐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 5년 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진영논리에 따른 정쟁이 없도록 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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