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더 많이 내고 늦게 받는 구조로 개선해야
세대간 이해관계 다르지만 함께 고통 분담해야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1일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 공청회에서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사회적 합의 이뤄낼 것"이라며 "17년간 미룬 개혁을 상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도경 경제부 기자 |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는 이날 연금 개혁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재계산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다. 5년마다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번이 5차 재정 계산이다.
1일 발표된 5차 개정안 보고서의 핵심은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식'의 개혁이다. 20대 청년이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해 90세 때까지 연금을 받으려면 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에서 최소한 2093년까지 늦춰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내고 늦게 받는 구조'로 개혁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18% 수준으로 인상하고, 지급개시 연령도 현행 65세에서 68세로 3년 늦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민연금기금 투자수익률도 1%포인트(p) 높이는 게 목표다.
공청회 현장에선 기금안정성에 대한 방안만 있고 소득보장성 대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금의 보장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자고 주장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소득보장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별도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반드시 기금 안정성과 소득 보장성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 4차 개혁 당시 재정계산위는 최종안을 두 가지 제시했다. 당시 정부는 정부안 네 가지를 제시하며 연금개혁을 미뤘고 결국 개혁에 실패했다. 동력을 잃은 대가로 기금 고갈 시점을 당겨졌고 현 세대의 부담이 더 가중됐다. 이번 개혁마저 실패하면 5년뒤 미래 한국은 더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복지부는 보고서를 토대로 소득 보장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포함해 실행가능한 종합운영 계획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부담이 높은 세대는 2030 세대다. 불안한 고용 시장에서 이직과 퇴직을 반복하는 청년들을 위한 개선안도 마련해야 한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오늘 발표된 내용은 4차 개혁 때도 제안된 방안"이라며 "소득보장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혁'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국민연금의 가입자와 수급자 간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다. 세대 간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이해관계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노후가 보장된 사회로 삶을 즐기는 시간을 선물해야 한다.
이번 개혁안이 18개가 제시된 이유는 국민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국민은 18개 안 중 어떤 안이 본인의 삶에 가장 적합한지 따지되 미래세대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17년간 미룬 개혁을 상생으로 이룰 수 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