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나라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증거가 없다',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런 나라를 위해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군인이 되었습니까."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2에 나오는 대사다. 법정에 증인으로 선 헌병대 임지섭(손석구) 대위가 총기난사사건의 책임을 애먼 곳에 돌리려는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 준장에게 하는 말이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도 언론 인터뷰에서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게 이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 우리가 갖춰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 중대한 위법 행위가 아니면 장관을 탄핵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선고 직후, 한 아버지는 한동안 방청석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다른 어머니는 눈물을 터뜨리며 "이게 법이냐, 이게 말이 되냐"라고 절규했다. 다른 유가족들도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책임 논란도 진행 중이다. 사고 직후 국무조정실은 감찰을 통해 관계자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대상자 대부분은 지자체와 경찰 실무자들이었다. 도지사와 시장 등은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 경찰은 "정부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국무조정실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를 목격한 유가족들은 "제대로 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눈물을 삼켰다.
이번엔 스무 살 해병대원이 무리한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목숨을 잃었다. 지휘부가 작전 초기부터 실책을 거듭해 빚어진 '인재'라고 한다. 수사단장이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을 적시해 경찰에 넘겼지만, 국방부는 이를 뒤엎고 대대장 2명만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겼다고 한다. 국방부 장관은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책임자들이 이 무거운 잘못을 절감하는지 알 수 없다. 국회, 대통령실을 취재하며 만난 일선 직원과 보좌진들은 여러 참사를 두고 오히려 "내 책임도 있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유독 고위 공직자들만 '내 책임 아니다'라며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서로 등을 두드려 준다.
이제부터라도 군과 정부는 모든 참사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 뒤,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억울한 죽음에 엄중히 책임을 묻는 것이야말로 군의 기강과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한 점 의혹도 남겨둬선 안 된다. '아무런 책임이 없다', '증거가 없다',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라고 하는 국가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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