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23만명 수준이던 H-2 취업자 10만명대 '뚝'
H-2 취업자 대부분 고령자…중국 임금 상승 한몫
정부, 올해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3만5000명까지↑
중장기적 인력 확보 가능…중국동포 빈자리 대체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코로나19 발생 이전 30만명에 육박했던 국내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취업자가 불과 몇 년 새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 발생 이후 한국에 머물던 고령 취업자 중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간데다, 중국 내 임금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 내 취업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올해 외국인 숙련기능인력을 대폭 늘려(2000명→3만5000명) 중장기적으로 한국계 중국인의 빈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시도에 착수했다. 외국인 숙련기능인력의 가족들도 국내 초정할 수 있고, 취업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정부는 조만간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 코로나 이후 중국계 한국인 취업자 급감…고령화·임금상승 등 이유 본국으로
18일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 22만6322명에 달했던 국내 한국계 중국인(H-2) 취업자는 올해 7월 현재 10만5671명으로 크게 줄었다. 4년 7개월간 12만명 이상 줄어든 셈이다.
보통 방문 취업비자로 불리는 'H-2' 비자는 한국계 중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해 '중국 동포 비자'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 친인척이 있는 경우만 발급을 허용해 '동포 비자'로도 불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기준 H-2 취업자는 22만6322명에 달했다. 이 중 한국계 중국인이 19만4792명으로 약 86%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한국계 러시아인, 한국계 우즈베케스탄 등이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H-2 취업자 10만5671명, 이 중 한국계 중국인은 8만9162명(약 84%)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숙박 및 음식점업이나 사회복지 서비스업, 농·어업 분야 등 한국인들이 일하기 꺼리 3D 업종에서 주로 근무했다. 한국표준사업분류표 소분류에 따른 H2 비자 보유자 취업 허용 업종은 총 39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H-2 취업자가 급감하면서 노동시장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코로나 치유 등을 목적으로 본국에 돌아갔던 H-2 취업자 상당수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일자리 공백이 심화된 것이다. H-2 취업자 대부분이 고령화된데다, 중국 내 임금 상승 등을 이유로 한국 내 취업을 꺼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법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7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연도별 H-2 입국자는 2019년 25만655명에서 코로나 발생 첫해인 5만8992명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2만9480명으로 또다시 반토막이 났다. 올해 소폭 늘긴했지만, 일자리 공백은 여전한 상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H-2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분들은 취업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자유롭게 취업이 가능하지만, 보통 음식점이나 여관, 간병인, 육아보조 등 저임금 일자리나 한국인들이 꺼리는 업종에서 주로 일해왔다"면서 "코로나 이전 20만명을 넘었던 중국 동포 취업자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으로 돌아간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일자리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숙련공 가족 초청 가능…중·장기적 인력 대체 기대
중국 동포의 빈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중·장기 대책으로 외국인 숙련기능인력(E-7-4)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비자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하나가 숙련기능인력제도 개선안이다. 주요 골자는 지난해 2000명 수준인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전환 쿼터를 올해 3만5000명으로 늘려 기업이 숙련인력을 계속 고용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허용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기존에는 기업이 사업체 규모와 관계없이 숙련기능인력을 최대 8명까지만 고용할 수 있었으나, 자국민 고용인원의 20%(·농축어업·비수도권 제조 업체는 30%) 범위 내에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체류 자격 전환에 필요한 근무 기간을 5년에서 4년으로 완화해 근무 경력이 다소 짧더라도 산업계 필수 인력을 숙련기능인력으로 빠르게 변경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017년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외국인 숙련기능인력은 지난 2020년 1000명에서 이듬해 1250명, 지난해 2000명으로 규모가 지속 확대돼 왔다. 당초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쿼터를 올해 5000명 수준으로 계획했지만, 조선·플랜트업 등 제조업 인력난을 감안해 3만5000명까지 규모를 늘렸다.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전환 가능 대상은 비숙련인력(E-9)으로, 국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중 일정 조건에 맞아야 한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인력풀이 풍부한 수도권보다 인력난이 심각한 지방에 쿼터 규모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은 "저출산에 지방 인구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인력난이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 빈 일자리도 21만개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번 숙련공 확대는 조선업·플랜트업 등 주요 제조업종에 대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이어 "비숙련인력(E-9)으로 들어온 인력들은 기본 3년, 추가로 1년 10월, 최대 4년 10개월간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데, 비자 기간이 끝나면 자국으로 들어가 다시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들어와야 하기에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 오래 근무한 비숙련인력을 숙련공으로 전환해 10년 동안 출국하지 않고 계속 근무가 가능토록해 인력 활용의 연속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국인 숙련기능인력을 늘리면 그 가족들(배우자, 미성년 자녀)까지 초청할 수 있다는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이들 가족은 국내에서 최장 2년간 머무르며 취업 할 수 있고, 특별한 사유(형사 벌금 50만원 이상 벌금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3회 이상)가 없는 이상 계속해서 연장허가를 받고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에 소재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장을 방문해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관련 산업현장의 의견을 듣고 작업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2023.09.18 jsh@newspim.com |
정부는 국내 체류하는 숙련기능인력의 가족들이 중장기적으로 중국 동포의 빈 일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는 국내 오랫동안 체류한 숙련기능인력 가족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신원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도 국무조정실 주관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장 숙련공 배우자가 얼마나 국내 유입될지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이 국내 장기간 거주하게 될 경우 자연스레 취업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 동포의 빈 일자리를 메우는데 견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무부는 조만간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구체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방안에는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가족 초정 비자발급 방안 등 구체적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확보 관련)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면서 "조만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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