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자녀 보호·지원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인공 김모미는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그녀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 낳은 딸 김미모는 할머니 손에 길러진다.
엄마의 부재 속에서도 밝게 자라던 아이 김미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범죄자의 자식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점점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김미모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그녀를 '살인마의 딸'이라며 괴롭히고, 학부모들은 김미모가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수업받는 것이 끔찍하다며 학교에 민원을 제기한다.
이는 단순히 드라마 속 얘기가 아니다. 현실에는 많은 김모미와 김미모가 존재한다.
배정원 사회부 기자 |
지난 2021년 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 3만77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성년 자녀가 있다고 밝힌 수용자는 7848명(20.8%)이고 이들의 미성년 자녀수는 총 1만2167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경우 수용자의 배우자나 친인척, 조부모 등이 양육을 맡고 있지만 80명의 아이들은 보호자 없이 혼자 생활하거나 미성년 자녀들끼리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실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경제적 궁핍과 자신을 보호해줄 어른의 부재, 냉혹한 사회 현실 등을 마주하며 매우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가 수용된 후 맡겨진 친인척에게 학대를 당해 가출하고 떠도는 경우, 건강이 좋지 않은 조부모를 돌보기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든 경우, 부모의 수용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된 차별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경우 등 수용자 미성년 자녀들은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아동복지법에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과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자라나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의 건강과 복지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현재 수용자 미성년 자녀들을 직접 지원하는 별도의 근거 법률이나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용자 미성년 자녀에 대한 지원 및 보호조치 마련을 위한 '수용자 자녀 보호 3법'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지난 4월 정부가 모든 아동에게 공정한 성장기회와 촘촘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발표한 아동정책 추진방향에도 수용자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민간 복지단체 등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용자 미성년 자녀들에 대한 보호 및 지원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분명히 국가의 책임이다. 이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