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그루밍 신분비공개수사 위장수사…"함정수사 우려","현실적으로 어려워"
입법 2년 지났지만 범죄 발생·검거 건수 통계 올해 예규 개정되고 나서야 확인 가능
오프라인 그루밍 전담 부서 역시 존재하지 않아…"처벌 법규 따로 없어"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어릴 때부터 심리적 굴복 상태에 빠뜨려 성적으로 착취하는 그루밍 수법을 사용한 성범죄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함정수사 우려와 입법 공백으로 일선 경찰들이 애를 먹고 있다.
지난 2021년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신설될 당시 신분비공개수사 및 위장수사가 수사 방법으로 대두됐지만 실제 수사 방법과 함정수사 우려로 적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신분비공개수사·위장수사 신청/승인 건수 ('21. 9. 24.∼'23. 8. 31.) 2023.10.20 dosong@newspim.com |
22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련 법 시행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신분비공개수사 및 위장수사 신청 건수는 총 386건인데 반해 그 중 성착취 목적 대화 신청 건수는 9건에 불과하며 승인 건수도 364건 중 8건에 불과해 전체의 2%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일선 경찰들은 이를 두고 법령 마련과 별개로 위장 수사 방법을 그루밍 범죄 실제 수사에 대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등에 대한 위장 수사는 구매자로 위장을 하면 되지만 온라인 그루밍은 경찰관이 피해자로 위장을 할 수는 없다"며 "수사기관이 범죄 위험성이 없는 사람을 속이는 함정수사를 할 경우에는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관은 성인이기 때문에 미성년자를 위주로 벌어지는 온라인 그루밍 범죄에서 위장하기도 어렵다"라며 "현재 위장 수사가 신청·승인된 경우는 실제 피해자가 발생한 후 추가 단서를 확보하거나 다른 범죄와 연관되어 있을 때"라고 덧붙였다.
그루밍 관련 통계 역시 최근 들어서야 시스템 보완이 진행되고 있다.
용 의원실 측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성착취 목적 대화)의 발생 건수는 45건이며 그 중 검거 건수는 37건이다.
다만 지난해까지의 관련 범죄 발생·검거 건수 통계는 경찰 시스템 내에서 즉시 확인이 불가능하다. 지난 1월 18일 '공소장 및 불기소장에 기재한 죄명에 관한 예규'가 개정됨에 따라 올해가 되어서야 통계관리가 가능해진 까닭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규 개정 이전 사건은 죄명이 구분이 되지 않아서 시스템 내에서 확인이 안 된다"며 "작년 국정감사 당시 실태파악 및 구분이 어렵다는 점을 계속해서 지적받아 검찰에 계속 요청을 해서 올해 들어서야 가능해진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프라인 그루밍의 경우 현재 경찰 내 담당 부서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그루밍 범죄가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이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그루밍 범죄에 대한 법적인 처벌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그루밍을 수단으로 사용했더라도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위계 등 간음과 같은 범죄로 처벌이 되지 그루밍 자체가 따로 처벌 법규가 따로 없지 않느냐"며 "그루밍을 했다고 해서 추가로 형량이 가중되는 법적 근거도 없고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 성인의 경우에는 그루밍 여부를 입증하는 것도 어렵다"고 전했다.
용 의원은 "일명 온라인 그루밍 처벌 조항이 신설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사 및 검거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온라인 그루밍 범죄에 대한 수사 기법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루밍 범죄 예방 및 피의자 검거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오프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그루밍 범죄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입법공백이 크다"라며 "오프라인 그루밍 범죄 처벌 규정 입법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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