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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 이자도 감당 못해" 그룹 계열 중견 건설사 재무건전성 취약

기사입력 : 2023년12월20일 13:30

최종수정 : 2023년12월20일 13:30

실적 악화, 차입금 증가로 금융이자 버거워
주택경기 급랭에 분양실적 악화...보유 PF도 부실화 우려
금융권 PF 대출 회수시 자체 자금조달 난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업이익으로도 금융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는 중견 건설사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시장에 투자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방에서 분양사업을 많이 하는 중견 건설사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장기간 분양이 지체된 것도 자금 부담을 키우는 이유다. 특히 중견건설사 가운데 그룹계열 건설사들도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 PF대출 상환을 잇달아 요구할 경우 사내유보금으로 갚기 어려운 건설사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태영건설·신세계건설·코오롱글로벌, 이자보상배율 급락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며 올해 중견 건설사 대부분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를 부담하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5일 '건설, 점증하는 PF·유동성 리스크, 재무적 대응력이 필요한 시점' 보고서에서 태영건설을 비롯해 신세계건설, 롯데건설 등을 주요 모니터링 업체로 꼽았다. PF 우발채무 우려가 큰 건설사들이다.

이들 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대부분 1을 넘지 못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기업이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산출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면 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금융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분류한다.

우선 위기설의 한 중심에 있는 태영건설이 거론된다. 태영그룹 계열건설사이자 모기업인 태영건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 977억원, 이자비용 1271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 0.8을 기록했다. 2019년 9.6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 5.7로 하락하더니 2021년 3.5로 빠졌고 2022년은 1.3배로 낮아졌다. 부동산PF와 차입금을 통해 사업 규모를 키웠으나 수익성이 동반되지 않아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2018년에 4500억원에 달하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12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최대 규모의 PF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잔액은 4조4099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796억원) 대비 5.5% 증가했다. 채무보증 건수는 110건으로 보증유형은 부동산 개발의 미래 수익과 해당 부지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론(Loan)이 4조133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다. 부동산 및 SOC사업과 관련해 특수관계자, 특수목적법인(SPC)의 차입금을 태영건설이 자금보충 등으로 약정한 금액이다. 시행사가 사업을 이끌 투자금이 부족하고 신용도가 낮아 시공사로 참여한 건설사가 PF를 주도적으로 일으키는 게 일반적이다.

신세계그룹 산하 신세계건설은 이자비용이 연간 20억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그러나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부채비율은 껑충 뛰었다. 자본총계는 작년 말 2817억원에서 올해 3분기 2009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7519억원에서 94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265%이던 부채비율이 467%로 치솟았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반적인 기업의 적정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제시한다.

코오롱그룹 계열 코오롱글로벌은 이자보상배율이 작년 9.0에서 올해는 1.4로 급락했다.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자비용은 2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 분양실적 악화...자체 유보금으로 PF대출 상환 부담

더 큰 문제는 주택경기 냉각으로 건설업계의 현금 유동성이 악화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부동산PF는 미래 사업성과 현금 흐름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금융기법이다.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에서 시행사의 자금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버겁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우수하거나 주택경기가 호황기 때는 PF 규모가 다소 많더라도 문제가 없다. 사업계획대로 아파트, 오피스를 분양하면 손해 보는 경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급랭할 경우에는 정반대의 환경에 놓인다.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돈 먹는 하마'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금융업계가 PF 부실화를 우려에 대출 상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사내보유금뿐 아니라 자산매각을 통해서도 감당하지 못하는 건설사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중견 건설사 재무담당 한 임원은 "대형 건설사도 PF대출 상환에 어려움 느끼고 있다는 얘기가 확산하면서 금융권에서 건설·운영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PF대출 상환이 일시에 대규모로 이뤄지면 건실한 건설사까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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