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영업익 최저
감산 정책 등에 1조~2조원대로 영업손실 줄였을 듯
"고성능 반도체 수익성 높여야 반도체 적자 끊을 것"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2008년 이후 15년만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하반기 이후 지난해 반도체 감산 정책의 효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 등에서는 올해 실적의 방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7조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35.03%, 매출액은 4.91% 감소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0.5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23% 늘었다.
이같은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3조6000억~4조2000억원일 것으로 전망해 왔다.
연간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으로 전년(2022년)보다 84.92% 줄었으며, 매출액은 258조16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58%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일어난 지난 2008년의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다.
◆ 반도체 업황 따라 상반기 '바닥' 하반기 '회복'
지난해 상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악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삼성전자의 작년 실적 부진은 예상됐다.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에만 12조원 대의 누적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감산 정책과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3분기부터는 다시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올라섰고, 4분기에도 이를 이어갔다.반도체 부문에서도 4분기에 1조~2조원 대로 영업손실을 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1분기 6402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2분기 6700억원, 3분기 2조4300억원, 4분기 2조8000억원 등으로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D램 등 범용 제품의 경우 글로벌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D램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로 전월 대비 6.45% 상승했다. 지난 10월, 2년 3개월 만에 반등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도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이 4.33달러로 전월보다 6% 올랐다. 낸드 또한 2년 3개월 만에 반등해 2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에서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뤄진 감산 정책의 효과로 실적이 올랐지만, 예상치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감산 효과가 지속됐고 공격적인 메모리 가격 인상 전략이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 신제품 출시로 인한 재고 확보 수요 증가가 4분기 D램의 흑자전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부문의 적자가 줄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20% 상승해 적자 축소에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올해 실적 관건은 'HBM 등 고성능 반도체'"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부문의 적자 행진을 끊고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나서기 위해서는 HBM과 DDR5 등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 산업에서 인공지능(AI) 탑재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HBM 등 고성능 반도체를 기반으로 실적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 경쟁사에 비해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만큼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 역량을 지난해 대비 2.5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천안 공장을 중심으로 HBM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이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또 올해 AI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만큼 고부가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늘릴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약 3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을 비롯해 AI폰인 '갤럭시S24 시리즈'의 출시 효과 등의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310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37조3000억원으로 전망한다"며 "AI로 인한 온기 확산 및 기저효과로 IT 수요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맞춰 글로벌 반도체 경쟁사들이 투자 및 공급을 늘려 고객사들의 재고가 쌓이게 되면 가격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이 개화되는 올해에 고성능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올해 실적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이도록 투자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경쟁적 투자가 반도체 가격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만큼 올해 가격 상승이 계속 이뤄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