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폰, 시장 선점 장담 못해…기능 활용도 높여야
HBM도 후발주자 추격 뿌리칠 기술 개발 필요
AI 글로벌 경쟁서 뒤처지면 작지 않은 피해 우려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올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도 전 산업에 걸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을 전 산업에 도입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AI 관련 시장들을 선점하지 못하면 당장의 실적은 물론, 기업 경쟁력까지 흔들릴 우려가 크다.
올해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다. 먼저 가장 주목 받을 AI 관련 시장은 스마트폰이다. 올해 글로벌 AI폰 출하량은 1억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까지의 AI폰 출하량은 연평균 83%씩 성장해 연간 5억2200만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AI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생성형 AI를 탑재한 '갤럭시S24' 시리즈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애플 등 경쟁사보다 비교적 일찍 AI폰을 내놓는 만큼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향후 2년간 AI폰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I폰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실시간 통역 통화'를 비롯해 사용자의 패턴에 따른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능들이 일부 편의를 제공하겠지만, 결국 많은 사용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쓸 수 있어야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가상현실(VR) 기기인 '기어 VR'과 'HMD 오디세이' 등을 출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최신 기술만 탑재했을 뿐 일상생활에서 효용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점도 삼성전자를 긴장시키고 있다.
애플은 최근 사람이 나오는 영상 한 개로 여러 3D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생성하는 AI인 '휴먼 가우시안 스플랫(HUGS)'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영상에서 인물과 배경을 분리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춤을 추는 사람의 얼굴과 복장, 배경까지 재조합할 수 있어 가상현실(VR)과 게임, 쇼핑 등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를 내년 아이폰16 시리즈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또한 차세대 생성형 AI 모델인 '제미나이 나노'를 공개했다. 이를 지난해 10월 공개한 '픽셀8 프로'에 탑재해 오디오 녹음 요약 및 텍스트 응답 등 기능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AI폰의 지속적인 기능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정,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전방위적인 기술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다.
AI폰 등 AI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CXL(컴퓨트익스레스링크) 등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시장은 급격히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HBM 시장 규모의 경우, 지난해 15억 달러에서 내년 56억 달러로 3.7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지난해 대비 2.5배 이상 늘릴 예정이며, SK하이닉스 또한 최근 증가한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HBM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 양사는 HB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올해를 기점으로 확실한 1위를 점하기 위해 초격차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HBM을 중심으로 고성능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인 마이크론도 빠르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해오고 있다. 마이크론은 앞 세대를 건너뛰고 곧바로 5세대 HBM인 'HBM3E'를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고급 인재들을 한데 모으는 '인력 중심 성장'을 이뤄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고급 인재를 기반으로 기존에 나오지 않았던 첨단 기술을 개발해야 고성능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올해 가전 분야에서 엄청난 AI 열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는 9일 미국에서 개최될 'CES 2024'에 앞서 경쟁하듯 AI 가전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컴패니언 로봇인 '볼리(Ballie)'를 공개했다. 볼리는 스마트싱스와 연동되고 듀얼렌즈 기술로 벽, 천장, 바닥 등 어디든 최적의 화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LG전자 또한 반려가전 로봇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집 주인의 감정을 읽어내고 날씨, 일정 등 원하는 정보를 알려준다.
국내 기업들이 가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TCL은 이번 CES 2024 프레스컨퍼런스에서 AI를 탑재한 차세대 TV와 스마트 글라스를 선보였다. 레이 네오 X2 라이트를 쓰면 AI 챗봇이 사용자를 비서처럼 도와준다. 중국 기업들은 OLED TV 등 가전에도 AI를 탑재하며 기술 추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들이 반려가전 로봇 등 가전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이유다.
국내 기업들이 올해 AI와 관련된 각 시장을 선점한다면 앞으로 각 기업의 성장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AI 관련 시장 환경 및 기술 개발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는 만큼 자칫 글로벌 경쟁사에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기업들이 받을 피해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은 AI의 시대의 서막이 열리는 한 해다. 신발 끈을 다시 매고 뛰어야 할 때가 왔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