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내 딸도 워킹 맘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인구대책 헌법 명시화'를 제시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녀의 결혼과 출산을 지켜보며 느꼈던 '아버지'로서의 감정이라고 했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털어놓는 토로에 그가 이야기해 온 인구대책 필요성에 무게가 실렸다.
김 의장 뿐 아니라 현재 정치권은 모두 '저출생'에 집중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18일 저마다 '저출생' 대책을 총선 제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저출생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인구부'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인구부에 통합해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휴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빠 출산휴가 1달을 의무화하고 자녀돌봄휴가 등을 신설하겠다는 정책이 구체적 예다. 기업을 상대로는 육아기 유연근무 정착, 중소기업의 대체인력 어려움 해결 등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2024.01.19 seo00@newspim.com |
민주당도 첫 공약으로 저출생에 방점을 찍었다. 결혼을 하면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 원을 대출해주고 출생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소속 근로자의 출산전후 휴가급여·육아휴직급를 각 월 50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등 예산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문제에 사활을 거는 건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해결을 요구하고 있고, 사회 각 지표에서 저출생으로 인한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시장의 불안과 부족한 병력 수급, 비어가는 국가 재정까지.
합계출산율 0.7명대, OECD 꼴찌를 달리는 수치다. 심지어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최악의 경우 0.6명대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공약들이 실질적 산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우려가 앞선다. 국회는 지난해 인구위기특별위원회(인구특위)를 출범했으나 이제까지 네 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국무위원 업무 보고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허울 좋은 특위나 공약만으론 뿌리 깊게 곯아온 저출생 문제를 타파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둔 만큼, 말 뿐이 아닌 현실 가능한 정책을 세워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 정치권 공약이 총선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여야가 함께 추진할 것이란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인구대책은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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