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력 논의
자체 공급망 구축 위해 여러 곳과 협업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의 방한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어느 곳과 반도체 협력을 맺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AI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 공격적인 투자와 비메모리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두 기업은 각자의 강점으로 오픈AI와의 협력을 노리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사진=블룸버그] |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오는 26일 입국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만날 예정이다. 6시간 정도 국내에 머무는 짦은 일정이지만 국내 반도체업계의 핵심 인사들과 만나 AI 반도체와 관련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픈AI는 엔비디아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번 방한에서 국내 업체와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부터 AI 반도체 설계 협력, 위탁 생산 등 포괄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오픈AI가 어느 기업과 어느 정도 수준의 협력을 할 지다. 한 기업이 아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와 협업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관건은 HBM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다. 현재 HBM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HBM은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 인공지능 AI 서버 등 대량 데이터 처리 분야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다.
해당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전체 시장의 50% 정도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 강자로 꼽힌다. 반도체 생산에서 중요한 가격과 수율 측면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 5세대 'HBM3E' 양산 시작으로 1위를 굳히겠다는 목표다. 이번 올트먼 CEO와의 논의에서도 이런 점을 내세워 파트너십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로고(위)와 SK하이닉스 로고(아래). [사진=뉴스핌DB] |
삼성전자는 관련 분야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HBM 설비 투자 규모를 2.5배 늘릴 계획이고,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생산량을 확대해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대량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6배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HBM 공급 뿐만 아니라 AI 반도체 설계나 위탁생산 등 보다 폭넓은 협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트먼 CEO와 비공개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 경 사장은 이날 "인공지능(AI) 덕분에 컴퓨팅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삼성 반도체가 이를 충족시켰다고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 사장은 SNS를 통해 "CES 2024에서 많은 고객들이 삼성 반도체가 어떻게 AI를 다루는지를 알고 싶어했다"며 "삼성 반도체는 이 새로운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됐음을 잘 알고 있고 AI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든 그 힘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오픈AI가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만큼 특정 회사가 아닌 다양한 협력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 G42,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보유한 일본의 소프트뱅크그룹 등과 자금 조달을 논의 중이다. 대만 TSMC와도 AI 반도체 생산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성형 AI 선도 기업이라는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오픈AI와 협업을 할 경우 해당 기업의 AI 반도체 사업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픈AI가 자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업체들과 여러 분야의 협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