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조달비용 상승→실적악화 '태생적 악순환'
비은행권 종합지급결제업 등 규제완화로 숨 터줘야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가맹점 수수료율 계속 내려 영세사업자는 사실상 0%에 가깝습니다. 수수료 수익성은 떨어졌고 이익은 주로 카드 대출에서 나옵니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가 국내 카드산업을 설명하며 토로한 말이다. 각종 규제에 막혀 신사업 도모가 쉽지 않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신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다 보니 당장 손쉬운 대출 영업에 매달리는 업계 분위기도 전했다.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를 넘어 은행처럼 대출 이자로 돈을 번다는 것이다. 카드사는 현금서비스(단기 카드 대출)와 카드론(장기 카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 수익에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말 24.8%에서 2023년 9월 말 34.2%로 9.4%포인트(p) 증가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3.09.25 ace@newspim.com |
은행처럼 대출 이자로도 돈을 벌지만 자세히 보면 카드사 나름 고충이 있다. 수신(예·적금 등)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최근 1~2년과 같이 금리 인상기에는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금리 수혜를 톡톡히 본 은행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때 카드사는 고개를 숙여야 했던 이유다.
실제로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5개 카드사 순이익은 지난해 1조8641억원으로 전년(2조393억원) 대비 8.6% 감소했다. 반면 신한·우리·하나·KB국민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순이익은 지난해 12조3217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사는 올해도 험난한 경영 여건에 놓였다. 산업에 먹구름이 끼었을 때 정부는 규제 완화 등으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규제 완화로 꽉 막힌 사업 프로젝트 활로를 열어주고 신사업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카드업계에 필요한 규제 완화 중 하나로 비은행권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 등이 꼽힌다. 종지업이 허용되면 카드사는 은행과 제휴 없이 자체 계좌 발급을 통해 입출금을 제외한 간편결제, 송금 업무 등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카드사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카드 대금 납무나 가맹점 대금 입금 등을 바로 처리할 수 있다. 은행에 지급했던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비은행권 종지업은 지난해 상반기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됐다가 최종 과제에서는 제외됐다. 카드사는 그밖에 신용카드 결제 범위 확대,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비금융사에 출자하는 경유 규제의 유연한 적용, 데이터 관련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올해 주요 업무 과제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산업을 포함해 업권별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카드산업에서는 고비용 카드거래 구조 개선, 카드산업 경쟁촉진 및 영업기반 확대 등이 담길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과감한 규제 완화로 카드산업 발전 길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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