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아닌 자도 직접수사대상 될 수 있어"
"공수처는 공적 기관...사익 침해 우려 크지 않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법조인 등의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한 것과 관련해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14일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명예회장 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피고 소속 공수처 검사는 수사 대상인 공무상비밀누설죄에 관한 첩보를 입수해 혐의 및 관련성을 소명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자료를 제공받고 그 자료를 기초로 수사 대상자와 직접 연락한 원고들의 통신자료를 확인했다"며 "피고가 원고들의 통신자료를 수집한 것은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은 본인들이 고위공직자가 아니라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고위공직자의 범행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고위공직자가 아닌 사람을 수사하는 것이 필요하고, 직접적인 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공수처는 공적 기관이고 형사소송법에 의해 비밀을 엄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대상자의 사익을 침해할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과천=뉴스핌] 백인혁 기자 = 지난해 1월 2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걸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의 모습. 2021.01.21 dlsgur9757@newspim.com |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난 원고 측 이헌 변호사는 "공수처 스스로도 이렇게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통신조회 등에 대해 시정하겠다면서 제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이번 판결에 반영이 안됐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수사대상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통신조회를 할 때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적법하지 않고 위법했다는 것이 저희들의 입장"이라며 "원고들끼리 상의해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2021년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그 가족 및 지인, 변호사 등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변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공수처의 통신조회는 고위공직자의 범죄 또는 관련 범죄 중 구체적인 혐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이 범위를 벗어난 수사는 영장 등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범죄혐의도 없는 변호사들과 언론인을 상대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인적사항을 법원의 허가 없이 무차별적으로 조회했다"며 "헌법과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수처의 행태에 대해 소송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공수처의 통신조회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대해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지난 2022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청구인단에는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도 포함됐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통신자료 제출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조항으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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