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보호의무 위반한 범죄행위로 사고 발생"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자전거 타고 퇴근하다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사망한 70대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당시 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서울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9월 9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서울 강동구 소재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B씨를 충격했다.
A씨는 이 사고로 땅에 떨어져 뇌출혈 증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 사망했고 B씨는 치아 파절 등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유족은 A씨가 출퇴근 재해로 사망한 것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이 거절하자 2022년 6월 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A씨의 행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A씨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행의무를 위반했다거나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과실이라 단정할 수 없고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는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 등 경미한 범칙행위에 불과해 산재보험법의 보호에서 배제될 정도로 위법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사고 장소인 횡단보도에는 신호기가 없었고 횡단보도 바로 앞에 정지선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사고와 A씨의 사망은 A씨의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돼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A씨)은 피해자(B씨)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데도 일시정지하지 않았다"며 "망인의 행위는 그 자체로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망인이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않은 이상 정지선에 일시정지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망인이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망인은 평소 이 사건 도로로 출퇴근하며 도로 환경을 잘 알고 있었고 보행자가 언제든지 횡단보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고 영상에서 A씨가 자전거를 멈추거나 핸들을 돌리지 못한 채 B씨와 그대로 충격한 점을 볼 때 A씨가 전방을 잘 살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사고 당시 날씨는 맑았고 어둡지도 않았으며 망인의 시야를 가릴 다른 자동차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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