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근로복지공단 상대 소송 냈으나 패소
"과로·스트레스로 면역력 저하 단정 못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갑작스러운 심장 내 염증으로 숨진 은행 지점장의 유족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질병을 주장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만 49세의 은행 지점장이던 A씨는 2019년 5월경 감염성 심내막염에 의한 뇌내출혈로 사망했다. 감염성 심내막염은 세균이나 곰팡이 등 미생물이 심장판막과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발생된다.
유족은 A씨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결과에 따라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A씨가 비위생적인 곳에 출장을 가는 등 외부 영업활동이 잦아 감염성 심내막염을 일으킬만한 위험인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병을 악화시켰거나 촉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감염성 심내막염은 발생 빈도가 연간 10만명당 3~14명 정도로 흔하지 않은 질환"이라며 "주로 피부 상재균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에 단순히 비위생적인 사업장을 방문한다고 해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A씨)이 외부 요인에 의해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 경로는 다양할 수밖에 없고 망인이 근무 중에 감염이 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공단)가 조사한 망인의 근무시간을 고려하더라도 망인에게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만한 과로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사망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1시간27분, 사망 전 1주간 업무시간은 48시간52분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의 과거 진료기록과 건강검진기록 등을 볼 때 약 30년간 하루 평균 15개비의 담배를 피운 흡연자라는 점, 주 3회 이상 1회당 10잔(1병 반)의 음주를 하는 습관이 있었던 점을 들어 A씨가 적절한 건강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 감정의는 과도한 음주가 이 사건 상병 발병의 주요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직업환경의학과·순환기내과 감정의는 과로·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망인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에 기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망인의 업무로 면역력 저하가 유발됐다고 보더라도 그것이 이 사건 상병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증거만으로는 망인의 사망 원인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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