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 한도·형제 지분율 하락폭 등 다방면 검토
송영숙 한미 회장, "임주현 사장 승계자로 지목"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모녀 측인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조병구)는 26일 오전 한미약품 사장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신청 사건에서 형제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한미사이언스를 대리한 법무법인(유한) 화우는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법원이 지극히 정당한 판단을 내렸다"며 "오늘 법원의 결정을 통해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이 운영자금의 조달과 재무구조 개선, R&D 투자 기반의 구축이라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환영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OCI홀딩스에 대한 한미사이언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진 점을 문제 삼았고, 모녀인 송영숙 한미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경영권 확보와 상속세 마련을 위해 OCI와의 통합 추진을 주장, 양측이 충돌하게 됐다.
화우는 이날 승소 요인을 ▲재판부는 한미사이언스가 제3자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한도가 30%였음에도 9%의 신주만을 발행한 점 ▲이 사건 신주발행 이전에 가족들간에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신주발행으로 인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지분율 하락은 각 1% 남짓에 불과해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 점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가 2년에 걸쳐 타회사와의 전략적 제휴에 관해 다방면의 검토를 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사진=한미약품] |
화우 관계자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경영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한미사이언스와 OCI 사이의 기술 및 자본 제휴가 최초로 논의된 것이 2021년 12월경이었는데, 재판부는 위 시점에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였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신주발행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 외에도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구주 매각을 사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주주들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오버행 이슈와 이로 인한 주가 급락 등 회사의 안정적 경영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법리는 물론, 상장회사의 자금조달 실무와 제약업계의 현실까지 두루 고려해 최종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송영숙 한미 회장은 이날 판결 직후 입장문에서 "한미그룹의 '미래'가 결정될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임성기 회장의 유산인 한미그룹을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몰아간 두 아들에 대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강조했다.
화우 및 OCI측을 대리한 김앤장은 그동안 임종윤·종훈 형제 측과 2회에 걸쳐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고, 방대한 자료와 서면 제출을 통해 법정 외에서도 첨예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이날 승소를 이끈 화우는 유승룡 변호사(연수원 22기)를 주축으로 이수열 변호사(연수원 30기), 안상현 변호사(연수원 30기), 박상재 변호사(연수원 32기), 이성주 변호사(변시 5회), 정호성 변호사(변시 6회), 이태윤 변호사(변시 6회), 김연각 변호사(변시 6회), 김민수 변호사(변시 11회) 등이 소송을 주도했다.
화우 관계자는 "작년에 진행된 SM엔터테인먼트 사건을 비롯해 한진칼 사건, 금호석화 사건 등 국내 주요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화우는 이번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도 승소함으로써 경영권 분쟁 분야의 선두 주자라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재판부 판결에 대해 항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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