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룡 비서의 '장군님 흉내'
삐딱한 자세 TV화면에 포착
"장성택 처형 당시 떠올라"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을 수행한 노동당 고위 간부의 돌출 행동에 대북정보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지난 5일 평양 화성지구 주택건설 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뒤편에 선 김재룡 노동당 비서가 오른발 구두 뒷축만을 땅에 댄 채(붉은 원) 삐딱한 자세를 취한 장면이 드러난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24.04.09 |
총리와 당 조직비서를 지낸 최고 실세 가운데 하나인 김재룡 당 비서가 김정은과 간부들이 대화를 나누는 현장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제스처를 보이는 장면이 북한 관영TV에 그대로 드러난 때문이다.
9일 대북정보 당국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 평양에 조성 중인 뉴타운 형태의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 현장을 찾았다.
완공 단계의 공사 진척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방문에서 김정은과 당 조직비서 조용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박정천 등 일행은 대동강맥주집 내부를 둘러봤다.
그런데 김정은과 간부들이 대화하는 도중에 뒤편에 선 김재룡 비서가 오른발 구두 뒷굽을 땅에 댄 채 발 앞부분을 들어 보이며 삐딱한 자세를 취했다.
무심코 나온 행동으로 보이지만 북한에서는 금기시 되는 행동 중 하나로 꼽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서울=뉴스핌] 지난해 4월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선 채 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정은이 구두 뒷축만을 땅에 댄 채 뒷짐을 지고 서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4.09 |
이는 김정은이 최고지도자로서의 권위를 드러내려 할 때 종종 취하는 일명 '김정은 시그니처 제스처'로,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마찬가지의 행동을 보일 때가 있었다.
북한 체제와 주민의 생활을 규율하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원칙(2013)에는 "김일성·김정일 동지의 권위, 당의 권위를 훼손시키려는 자그마한 요소도 절대로 융화묵과하지 말고 비상사건화하여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일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당연히 김정은의 '권위'에 대한 사안도 포함된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재룡의 모습이 관영 조선중앙TV 화면에도 드러났다는 점에서 후속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마치 장성택 처형 당시의 짝다리 짚기나 '건성건성 박수'와 같은 불경죄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