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전처 살해 혐의로 '세기의 재판'을 치렀던 미식축구 슈퍼스타 O.J. 심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1일 심슨의 가족들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심슨이 암 투병을 하다가 전날 사망했다고 밝혔다.
심슨은 지난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미식축구로 활약하면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어려서 구루병을 앓으며 병약했던 심슨은 이를 극복하고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러닝백으로 뛰며 매년 대학 미식축구 최우수 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이즈먼 상을 받았다. 이후 버펄로 빌스와 샌프란시스코의 49ers 소속으로 미 프로 미식축구 연맹(NFL)에서 활동한 심슨은 프로 풋볼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1973년 심슨은 2000야드 이상을 러싱한 최초의 NFL 선수로 기록됐다.
심슨은 할리우드에서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네이키드 건'(Naked Gun) 시리즈를 포함해 20편 이상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활약했으며 허츠 렌터카 등 다수의 광고에도 출연했다.
다만 심슨의 인생은 1994년 6월 12일 전처 니콜 브라운 심슨과 로널드 골드먼 살인사건으로 추락했다. 당시 심슨은 순식간에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은 그에게 자수 명령을 내렸지만, 그는 변장을 한채 여권을 들고 도주했고 결국 자택에서 검거된 후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심슨의 살인 혐의 재판은 곧장 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20세기 가장 전설적인 재판으로 기록됐다. 부유한 유명 인사였던 흑인 심슨이 질투에 휩싸여 가정폭력으로 자신과 이혼한 백인 전처를 살해했다는 스토리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O.J. 심슨.[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4.12 mj72284@newspim.com |
검사 측은 혈액과 모발, 섬유 검사 결과를 제시하며 심슨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전 부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슨이 꾸린 '드림팀' 변호인단은 심슨이 인종차별적인 백인 경찰에 의해 누명을 썼다고 반박했다.
재판 내내 심슨은 자신이 100% 무죄라고 주장해 온 심슨은 1995년 10월 3일 여성 10명과 남성 2명으로 구성된 흑인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았다. 재판 결과는 미국을 뒤흔들었다. 흑인들은 심슨이 편견에 사로잡힌 경찰의 희생자라며 그의 무죄 판결을 축하했고, 백인들은 이에 경악했다. 여전히 당시 사건은 미제로 남아있다.
심슨은 무죄 판결을 받은 지 정확히 13년째가 되던 2008년 10월 3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납치와 무장 강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33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7년 심슨은 가석방으로 출소했고 74세가 된 2021년 가석방 종료로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심슨의 인생 이야기는 지난 2016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O.J. : 메이드 인 아메리카' 등 다양한 TV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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