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삼성전자에 9조원 반도체 보조금 지원 결정
삼성, 오는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 투자 예정
보조금 규모 인텔, TSMC에 이어 3위...'비율에선 가장 선방'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4억달러(한화 약 8조8640억원)의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당초 예상됐던 규모(20~30억)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세계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선도적 제조 클러스터가 텍사스주에 조성되도록 돕기 위한 자금 지원"이라며 지원 결정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받게 될 보조금은 미국 인텔(85억달러)과 대만 TSMC(66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삼성전자도 이에 화답해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규모와 투자 시설을 확대, 오는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약 62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기존에 약속한 투자 규모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2.04.07 pangbin@newspim.com |
◆ 보조금 규모 인텔, TSMC에 이어 3위...'투자금 대비 비율에선 가장 선방'
삼성은 테일러 공장에서 2026년부터 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및 2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며 연구·개발(R&D) 전용 팹(반도체 생산 공장), 패키징(후공정) 시설 등도 들어서게 된다. 현재 양산되는 가장 앞선 반도체는 3나노 제품이다. 당초 삼성은 현재 공사 중인 테일러 공장에서 4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으나 최근 계획을 바꿔 더욱 첨단인 공정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을 확장해 미 국방부 등 국방·안보 부처에 필요한 반도체를 맞춤 공급하는 데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도 고액 보조금을 미정부로부터 약속받고, 2나노 제품을 미 본토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국의 최첨단 공정을 해외 공장에 도입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왔다.
러몬도 장관은 "삼성전자의 미국 내 핵심 R&D, 제조, 패키징 등이 전부 텍사스 내에서 이뤄지게 된다"며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받게 될 보조금은 미국 인텔이나 대만 TSMC에는 뒤지지만, 투자 대비 보조금 비율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000억달러 투자 예정인 인텔이 8.5%, 650억달러를 투자하는 TSMC가 투자금의 10% 가량을 보조금으로 받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그 비율이 약 14%에 이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이로써 미정부가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따라 첨단 반도체에 배정한 보조금 280억달러 중 세 업체에 돌아간 자금의 비율만 76.8%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서명한 칩스법은 인공지능(AI), 스마트폰, 무기 시스템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연구, 개발, 제조 분야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527억달러를 5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현재 '제로(0)' 수준인 미국 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삼성 투자 지원 발표는 수십 년간 아시아에 집중돼 온 최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을 다시 미국에 유치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계획의 마지막 단계"라고 밝혔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