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한 관계자 "국토부는 직무 유기 수준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토로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지난 2월 유럽연합경쟁당국(EC)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 승인까지 마무리할 것을 자신했다.
불과 지난 18일까지만 하더라도 대한항공의 계획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시정조치안을 통해 EC의 독점 우려를 모두 해소해서다.
EC는 양사 합병 시 경쟁제한이 우려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 유럽 4개 노선(프랑스 파리·독일 프랑크푸르트·이탈리아 로마·스페인 바르셀로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양도로 큰 산을 넘었다. 시장에서도 유럽 쪽은 더 이상 문제가 없을 줄 않았다.
하지만 국토부의 안일함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었다. 지난 19일 새벽 프랑스 정부가 티웨이항공의 파리 취항을 반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프랑스 항공 당국은 국가 간 항공협정 위반을 주장했다. 그날 오전 항공사와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통화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이번 합병을 추진하는 내내 다양한 불확실성이 드러났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국토부와 공정위 등 관계 부처는 뒤로 빠져있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처럼 관련 부처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국토부는 등장하지 않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직무 유기 수준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취재 결과 실제 국토부는 해당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EC의 조건부 승인 소식에 집중한 나머지 항공협정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것을 예상치 못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공정위) 심사는 끝난 셈이니 내 손을 떠났다는 안일한 모습"이란 비판이 나왔다. 항공협정 주관 부처인 국토부가 합병 과정을 세심히 챙기지 못한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국토부 측은 "3개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티웨이)가 취항할 수 있도록 프랑스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국가가 나선 이상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시기다. 프랑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만큼 이른 시간 내에 협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경우 티웨이항공은 당초 목표했던 6월 파리 취항이 힘들 수 있다. 티웨이항공의 유럽 취항이 늦어진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최종 승인도 또다시 미뤄지게 된다.
항공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국가를 제외하고 논의하기 힘든 산업에서 정부 관계 부처는 한 걸음 떨어져 있었다. 국토부도 이미 '직무 유기'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두 항공사의 합병 절차가 3년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더 길어질 명분을 주는 것은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득이 되지 않는다. 특히 그 명분이 국토부로 인해 생기는 것은 더욱 적절치 않다. 이번 문제가 '단순한 실수'로 치부돼선 안 되는 이유다. 국토부는 '직무 유기'라고 비판받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라.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