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나아가 금리 인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세계은행이 경고했다.
25일(현지시각) 세계은행은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불거지기 전부터도 상품가격 하락세가 멈춘 탓에 중앙은행들의 금리 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악화되는 최근 정세들을 감안하면 올해 배럴당 84달러일 것이란 유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은 이날 공개한 원자재 시장 보고서에서 "완만한 수준의 분쟁 관련 공급 차질이 발생한다면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2달러로 오를 수 있고, 더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겨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1%포인트 정도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격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은 양국 본토 공격을 감행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면서 유가는 고점 대비 4%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으로 공격하자 이스라엘군의 대공 미사일 체계가 14일(현지시간) 대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세계은행은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 "세계는 위태로운 순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에너지 시장 충격이 초래되면 지난 2년 간 공들여 내린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중동 내 산유국 한 곳 이상에서 분쟁이 발생해 일일 300만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2달러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정도의 유가 충격은 인플레이션 파이팅을 완전히 멈추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원자재 가격이 40% 가까이 하락한 덕분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 정도 낮아졌는데, 세계은행은 올해와 내년에는 원자재 가격 낙폭이 각각 3%와 4%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아직까지 완전히 잡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인플레를 내리려면 원자재 가격 하락이 필수인데 이 부분이 벽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금리가 올해와 내년에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은행은 중동 분쟁이 유가에 상승 위험이긴 하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플러스)가 올해 감산 계획을 철회하기 시작하면 유가도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은 OPEC+가 올 하반기 중 일일 100만배럴을 시장에 추가로 풀면 유가는 배럴당 81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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