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총선 참패로 산은법 개정 '요원'
'꼼수' 이전 추진에 노조 "파업으로 대응"
금융노조도 동참, 매각 프로젝트도 '난항'
임기 1년여 남기고 악재 속출, 입지 '흔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취임 3년차를 앞둔 강석훈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범야권 총선 압승으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데 이어 산은 노조에 금융노조까지 나서 강 회장의 '불통'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KDB생명 및 HMM 매각 불발 등 경영적 악재도 쌓이고 있어 남은 임기동안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의 따르면 지난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하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3.10.24 leehs@newspim.com |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에서 명시한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는 규정을 개정해야 하지만 과반을 넘어 2/3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한 범야권이 산은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개정안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다.
부산 이전이 무산 수순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강하게 반발해온 산은 노조는 강석훈 회장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다.
2022년 6월 취임한 강 회장은 부산 이전이 자신의 가장 큰 임무(중책)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아왔다. 이에 노조 반대로 출근이 계속 저지되며 결국 임명 15일만에 가까스로 취임식을 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노조와의 대화까지 단절하며 부산 이전을 밀어 붙였지만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형국이 확정되면서 정치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부산지점(본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인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실질적 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부산본부가 대규모 사옥 리모델링을 추진하자 업계에서는 조직개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바 있다. 산은은 지난해초 조직개편을 통해 지역성장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지역성장실과 투자금융센터(동남권) 등을 신설하며 약 80명 규모의 인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 노조가 강 회장이 부산본부 기능 및 인력 충원을 강행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강 회장이 추가적으로 부산 본부 강화 움직임을 가져가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윤석구 위원장 등 새로운 금융노조 집행부가 부산 이전 반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산은 노조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산은 노조가 강조한 파업이 금융권 전체 연대 투쟁으로도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정권이 금융권을 너무 핍박하고 특히 금융노동자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산은 이전 문제만 해도 당사자들을 너무 무시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식으로 주요 사안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부산 이전을 강행하면 이전보다 더 큰, 더 조직적인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산 이전 무산에 노조 결집까지 더해지며 강 회장 입지도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KDB생명에 이어 HMM 매각도 불발되는 등 주요 민영화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무산되면서 강 회장을 향한 경영적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1년 가량 남은 임기 동안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6월까지다.
산은 노조측은 "부산 이전을 완전히 백지화하기 위해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꾸준히 접촉해 개정안을 막을 것"이라며 "강 회장은 여전히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부산본부 기능 강화 등 이전을 추진하면 파업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제라도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