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0건, 벤츠의 '비전 제로' 바탕
크럼플 존과 안전 케이지 설계로 승객 안전↑
배터리 보호 위한 고전압 차단 기능으로 화재 위험↓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전기차를 타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안전'이다. 차 내 배터리는 큰 충격을 받으면 화학 반응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물로 진화도 어려울 뿐 아니라 배터리 팩으로 겹겹이 쌓여있는 구조로 인해 신속한 진화가 어렵다. 가장 현명한 사고 대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바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지향하는 '비전 제로(vision zero)'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차 대 차 충돌 실험에 실제로 사용된 차량. 오른쪽이 EQS SUV, 왼쪽이 EQA. [사진=조수빈 기자] |
비전제로는 2025년까지 사망건수 0건, 2030년까지 교통사고 사상건수를 2020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벤츠의 안전 목표다. 벤츠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가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세계 최초로 진행한 전기차끼리의 충돌 테스트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 대 전기차 충돌 실험…화재 없고 승객도 안전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자사 전기차인 EQA와 EQS로 진행한 충돌 테스트 당시의 영상과 실제 테스트 차량을 언론에 첫 공개했다. 같은 날 벤츠는 첫 전기차 부분변경 모델 '더 뉴 EQA'와 '더 뉴 EQB'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테스트는 가장 일상적으로 발생하기 쉬운 추월 실패 사고를 설정해 재현했다. 80km로 달리던 차량이 전반의 차량을 각자 인지하고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으나 결국 시속 56km로 전면 부분이 충돌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율리아 힌너스 충돌 안전 엔지니어는 "실험실, 통제된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안전한 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벤츠의 '실생활 안전성'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사법당국의 요건을 뛰어넘어 자체적인 안전 기준 상의 요건들을 만족한 차량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차 대 차 충돌 실험의 시나리오. [사진=조수빈 기자] |
테스트에 사용된 차량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인 EQA와 EQS SUV차량. 차량이 정면으로 충돌하자마자 순식간에 차량 앞 부분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면서 찢겨나갔다. 충돌과 동시에 차량의 앞과 옆에서 동시에 에어백이 작동됐고 운전대도 전면 충돌과 동시에 운전자와 멀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양 차량 모두 앞쪽은 거의 날아가고 없는 수준의 대형사고임에도 테스트에 사용한 더미(인체 모형)에도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전기차의 승객 안전 셀은 그대로 유지됐으며, 차량 문 또한 정상적으로 열렸다.
마르셀 브로드백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충돌시험 엔지니어가 테스트 차량 EQS SUV의 차문을 열어보이고 있다. [사진=조수빈 기자] |
◆전기차 사고 즉시 고전압 차단…실험 중 화재 발생 0건
마르셀 브로드백 전기차 충돌시험 엔지니어는 "차체 자체는 충격적인 모습일 순 있으나 변형 부분이 많고 차체에 손상된 부분이 많을수록 오히려 충격에너지가 잘 흡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돌에너지를 고르게 분산해 특정 부분에만 충격이 집중되지 않도록 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고 충격을 분산할 수 있는 '크럼플 존'과 승객이 타고 있는 부분을 보호하는 탑승자 안전 케이지 등의 설계 덕분에 승객을 둘러싼 문, 루프, 프레임 등은 변형이 거의 없었다. 테스트 차량 중 EQS의 문을 열어보니 내부에 있는 하이퍼스크린(디스플레이) 역시 깨지거나 금이 간 부분 없이 부존돼 있었다. 크럼플 존과 안전 케이지, 에어백 등 여러 안전 요소들이 잘 기능했다는 증거다.
전기차는 사고 시 승객뿐 아니라 배터리도 보호해야 한다. 배터리는 고압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강한 충격이 전달될 경우 전기차 사고의 가장 큰 위험인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벤츠는 이를 막기 위해 8개의 고전압 보호개념도 마련했다.
충돌 직후 차량의 앞면과 옆에서 동시에 에어백이 작용한다. 운전대 역시 차량 앞면으로 붙으며 운전자와 멀어져 생존공간을 보장한다. [사진=조수빈 기자] |
대표적으론 변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차량 밑 정중앙에 배터리 고전압 케이블을 위치시키고, 사고 직후 전류가 더이상 흐르지 않도록 차단하는 자동충돌 차단 기능과 수동 비활성화 기능을 탑재하는 등이다.
벤츠는 차량 출시를 위해서는 약 150회의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며 그 이전 단계로 진행하는 시뮬레이션은 1만5000여회에 달한다고 밝혔다. 50여개의 충돌 시나리오를 통해 다양한 사고를 가정한다. 벤츠는 이같은 충돌 테스트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벤츠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구분 없이 안전을 추구한다. 안전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벤츠의 핵심이자 브랜드 DNA의 일부"라며 "2만명의 엔지니어가 2025년까지 무사고 주행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노하우를 개발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