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소속 위원회 20곳 회의 실적 전수조사
지난해 연평균 회의 개최 6회에 그쳐
부동산위·보세판매장위는 지난해 한차례만 회의
제 역할 못하면서 정부 조직 늘리는 수단 활용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부처 산하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종 위원회들이 제 역할도 못하면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제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성격상 많은 위원회를 거느리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곳이 많아 손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재부 산하 위원회 20곳 우후죽순…제 역할 못하고 난립
31일 <뉴스핌>이 기재부 소속 위원회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총 20개의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해 기재부 소속 위원회의 연평균 회의 개최 횟수는 6회에 그쳤다. 작년 가장 많은 회의를 개최한 곳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로 연간 35회 열리면서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이어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28건), 복권위원회(16건), 중장기전략위원회(14건), 국세예규심사위원회(13건),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12건) 등 5곳은 회의 실적이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다(그래프 참고).
반면 부동산 지정지역 지정·해제와 그에 따른 가격안정 방안을 논의하는 '부동산 가격안정 심의위원회'의 회의 개최 횟수가 지난해 단 1건에 불과했다.
또한 경제교육관리위원회(3건), 민간투자사업분쟁조정위원회(3건), 배출권 할당위원회(3건), 재정정책자문회의(2건),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1건),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 등 6곳은 분기에 회의를 1번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과 거래에 대한 사항을 논의하는 곳으로 정부입법을 통해 지난 2014년 설치됐다.
그러나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작년 회의를 3번 개최하면서 대면회의는 1번, 서면회의는 2번 개최하는 것에 그쳤다. 정부입법으로 설치된 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배출량의 인증·상쇄 관련 정책의 조정과 지원을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위원회 관계자는 "배출권 할당위원회는 기재부 소관이나 간사가 환경부 차관이기 때문에 환경부에서 담당한다"고 해명했다.
◆ 기재부 산하 20곳 중 6곳, 올해 한번도 개최 안해
기재부 산하 위원회 20곳 중 6곳은 올해 들어 한번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배출권 할당위원회,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 보조금관리위원회, 부동산 가격안정 심의위원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 협동조합정책심의위원회 등 6곳이다.
특히 2003년에 설치된 '부동산 가격안정 심의위원회'는 지난해에도 단 한번만 열렸다. 그 역할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일부 다른 위원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 산하 위원회는 외부 자문을 구하기 위해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원회마다 소관 부처 고위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 역할을 못 하면서 조직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산발한 정부부처 소속 위원회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인력과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소속 위원회 정비를 담당하는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부처 소속 위원회를 정비하는 기준 중 하나는 회의 개최 실적"이라며 "운영이 미흡한 위원회는 매년 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직사회에서도 위원회 정비 필요성을 주장한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위원회에 참석하는 민간위원의 경우 활동수당을 지급하는 데 일부는 중요사안이 아닌데도 회의를 소집해 수당이 나가는 사례가 있다"며 "위원회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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