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급속도 증가
50세 이상 이직시 분석 직무성향 하락
미국 50대 이상 돼도 분석직무 유지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전문직 등 분석직무 중장년층이 이직 시 육체노동분야 취업으로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단절에 따라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얘기인데, 연공서열 중심의 자연적인 연봉상승이 오히려 퇴직이후의 취업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대인 25~54세 생산가능인구는 2009년에 정점에 이른 후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55세 이상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 추이 및 취업자 수 증감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4.06.13 biggerthanseoul@newspim.com |
고령화 사회로 전환되는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노동공급 감소가 가사회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에서 중장년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2018~23년) 25~54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9.3%에서 80%로 약 0.7%p 상승한 것에 비해 5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9%에서 53.8%로 약 2.9%p 상승하며 젊은 연령층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문제는 50대 이후 이직 또는 퇴직 후 재취업시 전문직종의 직무 노동자의 경우, 기존 직무를 유지하지 못하고 반복적인 업무나 육체적인 업무로 상당부분 전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자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체로 분석, 사회, 서비스 직무성향은 낮아지고, 반복, 신체 직무성향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직무성향은 30대 취업자에서 가장 높았는데, 이는 30대의 경우 전체 취업자 중 분석적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의 종사자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30대 이후 분석 직무성향은 연령에 따라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 가운데 50대 이후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서비스 직무도 분석 직무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이와 달리 반복, 신체 직무성향은 30대에 가장 낮아졌다가 이후 증가하는 대칭적인 모습을 보였다. 취업자 연령이 어릴수록 분석, 사회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많이 고용된다. 그러나 연령이 증가하면서 분석, 사회 직무보다는 반복, 신체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분석, 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는 주로 고숙련·고임금 일자리로, 중장년 취업자의 분석, 사회 직무성향이 낮다는 것은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을 말한다.
연령대별 이직 전후 직무성향의 변화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4.06.13 biggerthanseoul@newspim.com |
50세 미만 연령대에서 이직한 경우에는 분석 직무성향이 거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다. 30~40대의 경우에는 이직 후 분석 직무성향이 소폭 감소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경우에는 이직 후 분석 직무성향이 이직 전보다 높았다.
결국 문제는 50대 이상에서 나타난다.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이직했을 때에는 분석 직무성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의 경우, 기존 일자리에서 떠난 지 1년 후의 분석 직무성향이 이전보다 급격하게 낮아졌다.
기존 일자리에서 떠난 지 5년 후에도 여전히 분석 직무성향이 이직 전보다 낮았다. 60대에 이직한 경우에는 분석 직무성향의 하락폭이 더욱 컸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폭은 확대됐다.
이와 달리 신체 직무성향은 대체로 50세이후의 이직에서 상승했다.
50세 이후에 기존 일자리를 떠나게 될 경우 기존의 직업과 다른 직무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일자리로 재취업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많은 경우 기존의 일자리보다 분석 직무성향이 낮고 신체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를 갖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근로자의 연령에 따른 중위 근속연수와 분석 직무성향 변화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4.06.13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이같은 국내 상황과 달리 미국에서는 오히려 중장년층의 직무 전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오히려 50대 이상이 되더라도 분석직무 성향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미국 근로자가 중년 이후에도 기존에 재직하던 일자리에서 같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장년이 되면 기존 일자리를 떠나 전혀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국내 사정과는 다른 상황이다.
중장년층의 직무 성향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조해야 한다는 게 KDI의 시각이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연령이나 경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체계가 중장년층의 고용비용을 늘려 조기 퇴직이나 퇴직 후 직무단절을 불러온다"며 "임금체계에서 연공서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며 중장년층의 경력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 등에 대한 정책 분석도 진행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