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즈메의 문단속' 이어 미·일 애니 극장 점령
'아기공룡 둘리''뽀로로' 등 국산 애니는 손꼽을 정도
다른 예산 아껴서라도 정부의 무조건적인 지원 필요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만든 '인사이드아웃 2'가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사이드 아웃 2'는 28일 누적 관객 수는 462만여 명을 기록하면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전작인 '인사이드 아웃'이 497만 명의 흥행기록을 세운 것에 비한다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포스터.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4.06.28 oks34@newspim.com |
'인사이드아웃 2'는 사춘기를 겪는 라일리를 주인공으로 감정의 의인화를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13살이 된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 등 감정 캐릭터들이 등장, 기존의 감정 캐릭터와 대립하거나 공존하면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벽을 느끼지 않고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인사이드아웃 2'는 현재 대한민국 개봉 애니메이션 관객 수 1위에 올라있는 '겨울왕국'(1376만)보다 빠르게 관객수를 늘려가고 있어서 천만관객 동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인 '스즈메의 문단속'이 557만 명의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극장가를 휩쓸었다. 이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수입이 급증하기도 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해 극장가를 휩쓴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한 장면. [사진 = 미디어캐슬 제공] 2024.06.28 oks34@newspim.com |
이쯤에서 궁금한 것은 영화와 드라마, K팝 등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애니메이션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역대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기록 톱10을 살펴봐도 토종 애니메이션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뿐이다. '겨울왕국' 엘사를 비롯해서 쿵푸팬더, 슬램덩크, 주토피아 등 외국산 주인공들만 뇌리를 스쳐갈 뿐이다.
최근 극장가에도 미국산이나 일본산 애니메이션만 줄줄이 개봉할 뿐 토종 애니메이션은 거의 멸종상태다. 지난해 국산 OTT 중 유일하게 흑자를 거둔 라프텔은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서비스해서 성과를 냈다. 이곳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는 '귀멸의 칼날'등 90% 이상이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토종 OTT에도 '짱구는 못 말려','원피스','명탐정 코난'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항상 서비스되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국산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뽀로로의 캐릭터들. 2024.06.28 oks34@newspim.com |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아기공룡 둘리'나 '뽀로로'등 심심치 않게 국내 애니메이션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근래 들어서는 거의 멸종 상태다. 바꿔 말하면 출산율 전세계 최하위의 나라에서 태어나는 우리의 귀한 아이들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만 보고 자란다는 얘기다. 네이버 웹툰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고, 입만 열면 스토리 강국임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토종 애니메이션이 씨가 마른 이유는 당장 돈 되는 것만 좇는 제작 풍토가 주범이다. 콘텐츠 제작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이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외면한 탓이다. 그 결과로 세계 시장에 내세울만한 애니메이션 작품 한 편 없는 나라가 됐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성공하면 캐릭터 상품 판매 등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토종 애니메이션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 말고도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당장 토종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디즈니·픽사 등에서 일하는 우수한 애니메이션 감독과 제작자들이 이 땅으로 돌아와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무조건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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