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고의무 위반 징역 2년·집유 4년
"전형적 시세조종과 다른 양상…증명 안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상상인그룹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도 신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검찰 출신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상상인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부장판사)는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수종(54·사법연수원 26기) 변호사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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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박 변호사가 상상인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대한 보고의무를 위반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장기간 위반했고 위반 횟수가 적지 않다"며 "의무를 위반한 것이 상상인 주가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주주들에 대한 피해 발생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점, 초기에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위반을 시정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다소 경위에 참작할 부분이 있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상상인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시세조종 목적이나 공모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상인 주식을 대량 보유하던 박 변호사가 당시 주식이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를 당할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동기에 의심이 드는 측면이 있으나 전형적인 시세조종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통상적인 시세조종과 달리 이 사건은 1년3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됐고 주식 주문 방식도 상당수가 증권사 직원의 전화 주문으로 이뤄졌다"며 "시세조종성 주문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시세조종 행위에 자신이 지배하는 법인 자금을 활용했더라도 배임이 성립할 수 없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또 "원심 판결 이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고 원심의 판단은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 있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7개의 차명법인과 30개에 달하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상상인 주식을 최대 14.25%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이 같은 거래로 대량 보유한 상상인 주식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2018년 3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계열사 자금 813억원을 시세조종에 사용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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