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참석 도중 별도 만남
조 장관 취임 이후 라브로프와 첫 대화
외교부 "주요 현안 및 한반도 상황 논의"
라브로프 '한·미 핵작전 지침'에 우려 표명한듯
[비엔티안(라오스)=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만나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직접 전달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조 장관은 이날 오후 회의장인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약식 회동을 가졌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조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대화한 것은 지난 1월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약식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4.07.27 |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북한과 사실상 군사 동맹을 복원하는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한·러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오후 잇달아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함께 참석했다. 두 사람은 EAS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별도로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는 "양측은 주요 현안 및 한반도 상황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계속해서 대화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조 장관의 언급에 라브로프 장관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라브로프 장관은 조 장관과 만나기 전 러시아 언론 매체를 통해 조 장관과 회담을 가질 계획임을 공개하고 한국 측이 회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조 장관)가 할 말이 있어 회의를 요청했을 것"이라며 "나는 그의 말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최근 한·미가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미국 핵 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배정하기로 한 '한·미 한반도 핵 억제 핵작전 지침'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이 합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조차 듣지 못했지만 이는 추가적인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조 장관에게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한국이 점점 더 깊이 (미국에) 끌려 들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공개적으로 전달할 것"이라면서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북한을 고립시키고 벌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 미국의 한반도 책략 탓"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아세안이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대해서도 "아시아에 핵무기 요소를 들여오려는 것"이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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