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팝은 해외에서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수치와 함께 'K팝 위기론'도 불거지고 있다. 9년 만에 역성장한 음반 수출액과 K팝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혁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팝이 더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K팝과 함께 또 다른 한류 선두 주자는 음식이다. 우리 음식인 김치와 비빔밥은 독특함으로 인해 이미 지구촌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냉동 김밥은 한국 음식 문화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냉동 김밥은 전통적인 '신선함'의 고정관념을 깨고,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벗어났다. 국적을 불문하고 이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으면서 새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우연이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 둘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K팝 한류 파급 효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이미 입증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몰려든 현지인들. [사진= 뉴스핌 DB] |
K팝은 한국에서 출발해 글로벌 음악 시장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종합적인 전략과 혁신적인 마케팅 덕분이다.
하지만 음악성의 획일화 등으로 인해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임진모 대중문화 평론가 등 음악계 여러 곳에서 위기론이 현실화됐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이브의 경우 방탄소년단(BTS)의 부재와 어도어 민희진과의 갈등, SM은 최대 시장인 중국 경기 부진, JYP는 트와이스 활동 주춤, YG는 블랙핑크 계약 실패가 꼽힌다.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K팝이 충성도 높은 팬덤에만 의존했다는 것이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도 맥을 같이 한다. 그는 한류백서(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한국 음악 콘텐츠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분야다. 비호감은 K팝을 둘러싼 인종주의적 해석과 갈등이 투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팝이 기득권 문화인 미국·서양의 반감을 일부 사고 있다는 해석이다.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가 한국 제품과 서비스 이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는 응답은 무려 57.9%였다. 하지만 부정적 인식도 높다. 주된 이유로는 '한국어 가사의 생소함(22.8%)'과 함께 '한국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한 주위 반응이 좋지 않아서'로 미주 지역의 부정적 반응은 17.8%였다. 하이브, SM, JYP, YG 등 대형 기획사가 현지화 전략을 취하는 이유다.
[자료=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 |
이화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요즘 엔터계의 과도기에 대해 "대중성이 부족했던 탓에 음원 성적이 부진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이나, 그보다는 높은 팬덤 수요로 인해 음반 매출이 유독 좋았던 점이 주효하다"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K팝 빅4 중 하이브, 에스엠, JYP의 음악 매출 내 음원 매출 비중은 평균 27%로 글로벌 평균(70%) 대비 한참 낮은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팬덤층에 기대, 앨범 판매에만 치중해 온 결과다. 지난해 K팝 빅4 음악 매출은 1.7조 원으로, 글로벌 음악 시장 규모의 4.5% 수준이다. 이 중 음반 매출은 1.2조 원으로 전체 음반 시장의 17.5%에 달한다.
'2024년 상반기 공연 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K팝을 포함한 대중음악 공연은 3,008억 5000여만 원을 벌어들여 뮤지컬을 제치고 판매액 1위를 했다. 하지만 이는 임영웅 등 트로트 열풍 수치를 합산한 수치다. 또한 '티켓값(티켓 판매액 상위권 10개 공연 중 7개가 아이돌 공연) 상승과 충성도가 너무 높은 팬덤으로 인해 일반인의 부정적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팝과 냉동 김밥의 공통점은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기존에 비주류로 여겨졌던 요소들이 주류로 부상하면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K팝의 혁신적인 음악과 퍼포먼스가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면, 냉동 김밥은 '생각지 못한 편리함'으로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K팝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획일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음악 콘텐츠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K팝이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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