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 레바논·가자지구와 함께 최대 화약고
로이터 "이스라엘, 가자지구 휴전 협상 앞두고 판돈 높여"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스라엘이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추가로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요르단강 서쪽에 있는 이 지역은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이 곳에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자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날 "서안지구 정착촌과 관련된 새로운 계획을 확정했다"며 "어떤 반이스라엘, 반시온니스트 움직임도 우리의 정착촌 건설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위험한 생각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며 "이것이 내 인생의 사명"이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15일로 예정된) 가자 휴전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판돈을 높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극우정당인 민족종교당(NRP) 대표인 스모트리치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 내 인물 중에서도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베자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 [사진=이스라엘 정부 홈페이지] |
서안지구는 서·북·남쪽으로 이스라엘과 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요르단강을 사이에 두고 요르단을 마주보고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정착촌을 건설하고 있다. 1993년 오슬로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이 인정됐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안지구는 레바논, 가자지구 등과 함께 이스라엘이 주변 이슬람 세력과 무력 충동을 빚을 수 있는 최대 화약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서안지구에 5개의 전초기지를 합법화하고, 3개의 새로운 정착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이곳에서 영토를 더욱 크게 넓히겠다고도 했다.
반면,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국제법에 따라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UN) 회원국 중 다수는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스페인과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스라엘이 새 정착촌 건설 계획을 명백히 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이란과 레바논 내 친이란 이슬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피의 보복'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착촌 확대는 새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피스나우(Peace Now)는 "스모트리치는 이스라엘이 가입한 유네스코 협약을 무시하고 (서안지구에 대한) 사실상의 합병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