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 텔레그램 대화방서 딥페이크 영상물 공유
법조계 "근본 해결 위해선 수사력 집중 필요"
"해외 서버 수사 어려워…정부 나서야"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한 대학에서 여학생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유포된 사건이 드러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최근 딥페이크 영상물과 관련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는 물론 교사, 여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프로필 사진 등을 삭제하는 등 조치에 나섰으나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27일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딥페이크 영상물이 대부분 10대·2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수사력 미비와 함께 텔레그램처럼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예방을 위해 ▲수사력 강화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 강화 ▲AI(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만한 선진화된 성교육 체계 등이 시급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을 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8.29 yooksa@newspim.com |
◆ "AI기술자·회사 책임론…해외서버 수사, 정부 차원서 나서야"
우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범죄 양상이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AI 기술자 및 회사들에 대한 책임 강화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정환 변호사(법률사무소 JY)는 "개발자들한테도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체포됐다고 하는데,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점을 방치했기 때문 아닌가. 딥페이크도 마찬가지로 개발 단계에서 범죄를 막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원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CEO인 파벨 두로프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서버가 외국에 있는 경우 사실상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지적도 나왔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텔레그램의 경우 해외에 서버가 있으니까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제가 맡았던 사건 중에서 해외에 서버가 있다는 이유로 4년째 수사에 진척이 없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선 속수무책으로 기다려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사법 공조 체제를 만들고 또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적극적인 규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핌 DB] |
◆ 법조계 "이미 10년간 아청법으로 형사처벌…교육현장 제대로 가르쳤나"
법조계는 이번 사건의 중심이 대부분 10대·20대라는 점에서 법적 처벌보단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을 뿌리 뽑기 위해선 단순 엄벌주의보단 효율적인 수사력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처벌 수위만 높인다고 해서 해결이 될 것 같았으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을 개정하면서 해결이 됐어야 한다. 10년간 이미 성착취물 또는 음란물에 대한 형사처벌을 해 왔는데 이 부분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과연 제대로 가르쳤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실제 사건 관련자들과 상담해보면 대다수 청소년들이 '형사처벌 되는지 몰랐다',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딥페이크 영상인데 죄가 되느냐' 등의 말을 한다. 디지털 성범죄가 오늘날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계속 발생한다는 것은 국가가 반사회적 문제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아청법 개정 이후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은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대거 입건된 적이 있었다. 당시 형사사법자원 상당 부분이 소모되면서 막상 시급하게 투여돼야 할 곳에 수사력이 투입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지난 2011년 아청법이 개정되면서 어린이나 청소년처럼 보이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음란 영화·만화·애니메이션·게임물을 다운받거나 업로드만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면서 단속·처벌이 급증했던 바 있다.
또 양 변호사는 "당시 판례를 찾아보면 기소된 사람이 너무 많으니깐 선고유예나 벌금 50~100만원 사건들에 사이버 수사팀 인력의 3분의 1정도가 투입됐었다. 문제는 진짜 잡아야 할 범죄 핵심은 놓치고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수사만 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딥페이크 문제도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효율적인 수사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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