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로보틱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합병 등 철회
에너빌리티 분할 합병은 이어가
주총 일정은 추후 재수립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의 합병 계획을 철회한다. 두산은 가장 반발이 심했던 밥캣과 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합병과 밥캣 상장 폐지 철회를 발표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다만 밥캣 지분을 보유한 에너빌리티 신설 법인과 로보틱스간 합병은 그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이 사업 시너지 극대화,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개편한 사업구조. [사진=두산] |
두산로보틱스는 29일 공시를 통해 두산밥캣㈜와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밥캣과 로보틱스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각각 소집해 지난 7월 11일 발표한 두산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밥캣과 로보틱스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철회하는 방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밥캣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너빌리티 신설 법인과 로보틱스간의 합병은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두산은 이날 공시를 통해 "당사는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해 주주와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회사의 정책·기조, 기관투자자의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록 본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본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한 바, 두산밥캣와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의 모습. 2020.09.22 dlsgur9757@newspim.com |
◆에너빌리티 신설 법인과 로보틱스 간 합병은 그대로 추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합병 계획이 철회되면 밥캣을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면서 상장 폐지 시키려던 계획은 무효가 된다. 당초 문제가 됐던 것은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었다.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밥캣 1주당 로보틱스 0.63주로 밥캣 주주들로부터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샀다.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감독원은 두 차례의 정정공시 요구를 통해 두산의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은 로보틱스의 분할 합병·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달 24일 첫 번째 정정 요구에 이어 두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에 두산 역시 시장과 정부 당국의 반응을 고려한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합병 철회는 완전한 지배구조 개편 철회안은 아니다. 두산이 포기한 부분이 밥캣과 로보틱스 간의 지분 교환을 통해 온전히 한 회사가 된다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뿐이기 때문이다.
밥캣이 에너빌리티에서 떨어져 로보틱스 자회사로 넘어가는 것이 골자인 합병은 아직 남아있다. 밥캣이 로보틱스가 지분의 46.1%를 들고 있는 자회사로 남게 되면서 일부 지배구조 변화의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까지 나선 상황에서 개편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것은 두산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사업적인 시너지를 여전히 눈여겨 보고 있다면 시장 흐름에 맞는 변화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이날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예정이다.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 철회 소식에 주가도 갈렸다.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84% 오른 6만9300원, 두산밥캣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33% 떨어진 4만2050원을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같은 기준 3.95% 떨어진 1만775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