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영화 '장손'과 추석(秋夕) 사이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장손'이 사라진 세상은 과연 행복할까
결혼하지 않는 사회, 가족 공동체의 붕괴
추석과 설날이 있어 아직 살 만한 세상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경상도 어디쯤이 고향인 친구가 있었다. 그는 한국의 대표 성씨 중 하나인 집안의 종손이었다. 이 친구가 성격이 좀 급했다. 한번은 차를 몰고 가다가 험한 산길에서 굴렀다. 다행히 차만 좀 부서지고 사람은 멀쩡했다.  어느날 이 친구가 그 당시로서는 그보다 더 튼튼한 차가 없을 정도인 '지프차'를 몰고 나타났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장손'의 한 장면. [사진 = 인디스토리 제공] 2024.09.11 oks34@newspim.com

사고 소식을 접한 어른들이 문중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모금을 통해 종손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차를 사주기로 결의한 것이다. 그 친구의 회사에는 가끔씩 모시 적삼을 곱게 차려입은 문중 어른이 찾아오곤 했다. 돌아가면서 종손의 안위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종손의 사전적 의미는 종가의 대를 이을 맏손주를 뜻한다. 이 경우 대개는 남자만 해당된다. '장손'은 한 집안의 맏이가 되는 손자를 말한다. 11일 개봉한 영화 '장손'은 요즘 시대에 잘 보기 힘든 소재의 영화지만 여러 가지로 함의하는 바가 큰 영화다.

경상도의 한 시골,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일가의 제삿날이다. 타지에 있던 직계 가족 3대가 전부 모였다. 대를 이을 장손 성진(강승호)도 예외는 아니다. 할아버지(우상전)와 할머니(손숙)는 누구보다도 그를 반긴다. 그분들에게 장손은 집안의 대들보이자 미래다. 식구들은 성진에게 자정이 돼서야 지내는 제사를 앞당기자고 할아버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할아버지도 장손의 부탁을 냉정하게 잘라내지 못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장손'의 한 장면. [사진 = 인디스토리 제공] 2024.09.11 oks34@newspim.com

요란한 대가족 제사 풍경이 이어지지만 영화 속 대가족은 조금씩 균열을 보인다. 서울에서 무명배우로 활동하는 성진도 기왕 내려온 김에 좀 더 머물라는 조부모 만류에도 서둘러 귀경 길에 오른다. 할아버지는 집안의 장손이 대대로 물려오던 가업인 두부공장을 운영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성진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다.

성진은 물론 젊은 세대들에게 제사나 명절, 대를 잇는 가업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도 염색하고 배꼽티 입은 외사촌 여동생의 등장 만으로 그런 붕괴는 예정돼 있다. 이 영화는 3대 대가족의 내밀한 역사를 통해 세대, 젠더, 계급 갈등이 충돌하는 가장 한국적인 가족의 초상을 담았다. 한 대가족의 고요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붕괴를 묵직한 주제의식과 섬세한 연출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추석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점처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1인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추석은 가족공동체를 유지하는 유용한 명절이 아닐 수 없다. 사진은 추석 차례상 차림. [사진 = 본사 자료사진] 2024.09.11 oks34@newspim.com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벌초 행렬에 합류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벌 조심을 하면서 예초기를 돌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벌초를 끝내고 내년에는 하지 말자고 투덜댔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성행렬에 오를 것이다. 차례상을 앞에 두고 정치 얘기며, 집안의 대소사 얘기로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영화 '장손'이 펼쳐 보인 고요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붕괴는 시작된 지 오래다. 3대가 모여사는 대가족은커녕 1인 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제사는 물론 설 명절이나 추석명절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결혼 적령기를 놓친 청춘남녀들은 결혼하라는 잔소리가 이어지는 명절에 이런저런 핑계로 빠지기 일쑤다. 또 더 이상 봉분을 만들고 벌초도 하지 않는다.

물론 유교적 관습은 때로 불편하면서도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다. 홍동백서와 어동육서와 조율이시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죽고 나면 그만인 삶인데 모여서 조상님께 제례를 올린들 무슨 소용일까. 유교적 삶 속에서 여성들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으면서 고통을 참아왔을까. 어른들을 공경하라는데 공경할만한 어른은 과연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장손의 자리가 사라지고, 벌초도 하지 않고,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꼭 지켜야할 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다. 가족은 세상을 구성하는 주춧돌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공동체를 지켜야 한다. 가족이 모여서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서 도시가 된다. 국가도 결국 그런 공동체의 확장이다. 갈수록 개인화 되고 파편화 되는 세상이지만 가족과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추석과 설날이 있어서 그나마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추석날 아침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나누자. 그리고 험담 대신 덕담을 하자.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사진
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