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3.6조' 마련하며 '쩐의 전쟁' 주도
최윤범, 최소 6% 지분 추가 확보해야...1.1조 필요
글로벌 펀드 및 협력사와 물밑 접촉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과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쩐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물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당초 제시했던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전격 인상하며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쏟아야 하는 자금 역시 늘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산업 등의 근간이 되는 아연, 납, 금·은·동 등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본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규정하며 명분 싸움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MBK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올인'하며, 최 회장은 실제 자금 싸움에서 기존 우호 지분(백기사) 외에 확실한 추가 우군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사 제공] |
2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글로벌 3대 사모펀드인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최 회장 측은 소프트뱅크와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고려아연 협력사인 스미토모상사 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지분 7.75%를 들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회동하는 등 최 회장의 최근 행보는 대항 공개매수를 전제해 둔 우군 확보 사전 작업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MBK는 당초 지난 13일 공개매수가를 66만원으로 제시했으나 주가가 계속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유지되자 지난 26일 75만원으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공개 매수에 필요한 비용은 최대 약 2조2000억원에 영풍 지분 매입 비용 1조4000억원을 더한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재계는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MBK의 공개매수가 인상에 따라 최 회장의 고려아연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금도 1조1000억원대로 늘어났다.
고려아연의 기존 주주인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이 모두 최 회장의 백기사라고 가정한다면, 최 회장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은 최소 6% 수준이다. 이를 위한 추가 투자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이 영풍과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공개매수 기간에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양측은 법적 분쟁 중이다.
명분에서 우위를 점한 최 회장의 고려아연과 자금력에서 상대적으로 앞서는 MBK가 사실상 끝장 승부를 선언하며 최 회장의 발걸음이 더욱 빨리지고 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