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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 옆집 라따뚜이

기사입력 : 2024년11월08일 15:18

최종수정 : 2024년11월08일 15:18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지붕과 맞닿아 비스듬히 기운 천장, 제대로 수도와 연결되지도 않은 화장실 변기. 침대가 겨우 들어갈 만한 4평짜리 방이었다. 흔히 '하녀방'이라고 불리는 파리의 다락방에 대한 감상이다.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 해외 취재를 나가 만난 프랑스 청년 앙투안은 그 파리의 가장 작은 조각에 자리를 비집고 살고 있었다.

앙투안은 인구 17만 명 남짓의 남쪽 지방 도시에서 상경한 청년이다. 배우의 꿈을 가지고 파리로 건너왔지만 그에게 허락된 일자리는 극장의 말단 직원이 전부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다락방을 '라따뚜이 방'이라고 칭했다. 픽사의 유명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 나오는 생쥐처럼 열정은 있지만 사회에 전면에 드러나지는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나름 유머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송현도 사회부 기자

파리 시내에는 이런 라따뚜이 방이 11만 개 정도가 있다. 대부분 막 파리에 상경하거나 돈이 없는 청년·서민 세대 대부분이 이런 라따뚜이 방에 세를 들여서 산다.

그 작은 방에서 그나마 볼만한 것은 창문 밖에 내려앉는 파리의 저녁 풍경이었다. 푸른색과 잿빛을 섞은 듯이 오묘한 색을 띠는 파리 곳곳의 지붕 밑에는 노르스름한 불빛이 저녁 노을을 대신해 반짝였다. 그중에는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역시 있었다. 말하자면, 앙투안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옆집에 사는 이웃 '라따뚜이'이기도 한 것이다.

낭만적인 파리의 전경과 반대로 다락방은 어둑하고 푸르스름한 빛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앙투안은 프랑스를 사랑하지만 과연 프랑스가 자신과 같은 청년들에게 열린 사회인지는 의문을 표했다. 한국과 같이 지방 소멸과 대도시 쏠림 현상을 겪고 있는 프랑스이지만 고질적인 청년층 실업 문제와 저소득화 현상을 해결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 2017년 기준 22.3%로,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가깝고 전체 국가 중 4번째를 차지한다. 실제 파리에서 만난 청년들 역시도 이런 청년 일자리 실종에 대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마크롱이 대변하는 프랑스 정부가 이를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비판 중에는 마크롱이 젊은 정치인임에도 시민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불통 행보를 보인다는 불만이 많았다. 실제로 지척에서 살고 있는 앙투안과 같은 청년들이 "이력서를 넣어봐도 답하는 곳이 없다"며 직접적으로 실업 문제를 언급해도 마크롱은 "길 건너에 바로 일자리가 있다"는 태도로 일관하기도 했다. 청년 일자리 정책과 실업률 감소 정책을 펼친다고 표방한 그가 언급한 일자리는 호텔, 카페, 공사장 등지의 단기간 일자리로,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청년들의 바람과는 다소 다른 엉뚱한 답변이다.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웃임에도 '라따뚜이 서민'들을 살필 생각을 하지 않아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청년들이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하는 근거였다.

이런 의견을 반영하기도 하는 듯이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가 발표한 25개국 정상의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18%에 그쳤다. 진정성 없이 이웃을 살피지 않은 불통의 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다.

18%의 지지율도 매우 낮은 수치이지만, 같은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프랑스보다 더 낮은 수치를 보인 국가도 있다. 바로 한국이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이 여론조사에서 16%의 지지율로 25개 정상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비록 한 여론조사의 수치가 실제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난 7일 서울역에서 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프랑스와 흡사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이유로 단상 위에 섰지만, 담화 초기에 민생과 약자 복지를 언급한 것이 무색하게 정치적 리스크를 해명하기에 급급한 사과와 방어에 급급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다수 시민들의 의견이었다. 담화 초기에 기대를 하던 시민 중에 한숨을 쉬며 아쉬움을 표현한 이들도 많았다.

담화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국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민의 삶을 살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실제로 7일 만난 한 대학생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불통'을 언급하면서도 "오늘 그래도 해소된 부분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청년 세대가 견해가 확실하고 사회에 관심이 많으니 반환점을 도는 임기 내에라도 소통을 해달라는 의견이었다.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부족한 부분을 고치겠다고도 했다. 이번 담화는 10%대로 떨어진 지지율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로 보이기도 한다.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는 대륙도, 문화도 다르지만 같은 공식으로 움직인다. 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진정성 없는 정치는 외면받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많은 시민이 원하는 것처럼, 반환점을 돈 대통령의 행보가 그간의 비판을 불식시키는 소통의 정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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