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두차례 중국 특파원 근무 중 첫번째 체류기간인 2004년~2009년 즈음 많은 중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은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선망의 국가였다.
삼성 애니콜은 중산층 정도는 돼야 쓸수 있는 프리미엄 IT제품이었고, 어디를 가든 '한국인 입네' 하며 어깨를 으쓱거릴 수도 있었다.
한류 화장품과 패션은 요술같은 마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겼고, 한국 TV 드라마는 황홀한 재미로 수억명 중국인들의 정신까지 쏙 빼놓을 정도였다. 중국은 많은 분야에서 절대 우위인 한국 산업과 기술을 탐내고 따라잡고 싶어했다.
"한국 가서 느낀건데 한강과 선거가 가장 부러웠어요." 한번은 서울 출장을 다녀온 중국인 친구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던 기자에게 이렇게 남들과 좀 다른 시각으로 한국 인상을 털어놨다.
선진국 처럼 깨끗한 한국의 한강 공원 환경과 정치 지도자를 국민들 손으로 직접 뽑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선거 제도가 부럽다는 얘기였다.
기자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에서 2023년 중반 까지 약 3년반 동안 또다시 중국 특파원으로 베이징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베이징에 머물면서 받은 인상중 기억에 남는 것은 서울의 한강이나 민주 선거제도를 중국인들이 더이상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리에 공을 들여온 결과 중국의 공원과 하천의 수질, 대기 환경도 지금은 왠만한 선진국 뺨 치는 수준으로 개선됐다.
요즘 중국인들은 한국을 비롯한 서구 자유 민주주의의 자랑거리인 직접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 민간 할것 없이 중국 사회는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의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민감한 관심을 표시했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블랙 코미디 소재 하나가 더 얹혀졌다"고 꼬집었다.
선거 결과 불복으로 2021년 1월 발생한 미국 의사당 난입 사태는 중국 사회에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을 고조시켰고, 일부 민주주의를 희구하는 사람들에게 까지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런 미국이 '민주 서밋(자유 민주주의 국가 정상회담)' 등으로 중국 고립에 전력을 쏟고 나서자 중국 당국의 저항과 반격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기존 영국이나 미국 등 서구 민주국가들이 이끌어온 세계 발전 모델과 다른 '사회주의 중국'이 주도하는 '중국식 현대화'의 확산을 신 세계화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 공산당의 체제적 한계와 구체적 실현 수단, 미국의 압박에 따른 도전 등 여러가지 난제를 안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은 서구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르고 민주주의 위기론이 높아질수록 '중국식 현대화'에 자신감을 보이며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