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원천기술 이미 中에 추월
미래경쟁력 핵심은 '인재 확보'
주52시간 넘어 경쟁력 고민해야
삼성도 '혁신'으로 화답할 때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 24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 보고서. 한국의 반도체 기술수준이 2년 만에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는 설문 결과로 충격을 줬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고 추월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 분야별로 선두 다툼이 아닌 5,6권에서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는 결과는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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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욱 산업부 차장 |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 시급한 지금 우리나라의 최대 논쟁거리가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적용 예외다. 주52시간 적용 예외는 고연봉 반도체 연구직들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연봉 10만7432달러 이상)이나 일본(연봉 1075만엔 이상) 등 주요 선진국은 일정 기준 이상 고연봉 임원이나 직원은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TSMC나 엔비디아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근로시간 규제에 적용을 받지 않는 고강도 근무가 자유로웠던 점이 꼽힌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정확히 삼성전자의 위기다. 반도체 산업은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다. 엔비디아·TSMC의 폭발적인 성장, 여기에 올라탄 SK하이닉스만 보더라도 '위기'라는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총수의 상황과 구조적인 문제가 겹쳐 경영진과 조직의 중대한 오판이 이어진 결과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주52시간제로 엮인 노동시간 문제도 곁들여졌다. 우리나라 반도체 최고 석학 중 한명은 삼성전자의 위기를 '때문에'에서 찾기도 했다. '52시간 때문에', '노조 때문에', '업무 칸막이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탓만 하지, 정작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똘똘 뭉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52시간 예외가 만사 해결책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잘하던 것만 찾아 하던 과거는 잊고 도전자인 입장을 인정해야 한다. 잃어버린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력들이 힘을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사회에서 전영현 디바이스솔수션(DS)부문장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을 사내이사로 내정하고, 사외이사에도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내정했다. 기술 인력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기술 인력들이 힘을 받는 것은 물론 기술 인재들에 대한 대우도 달라져야 한다. KISTEP 보고서는 국내 반도체 관련 기술수준 향상을 위한 미래이슈 1위로 '핵심 인재'를 점찍었다. 저출산으로 국내 학생 수가 줄어들고 석‧박사 과정으로의 진학 비율은 더욱 줄어드는 반면, 핵심인력마저 더 나은 환경과 보상을 찾아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여기에 각 나라는 기술 보호를 위한 폐쇄적인 육성 정책으로 해외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재 확보를 위한 양성과 기존 핵심 인재의 유출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첨단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매우 중요하며 인력 부족은 단순히 생산 효율성 저하를 넘어 기술개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정부의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인력 양성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해외 전문인력 유치를 위한 이민 정책 등 인재 유치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숙련된 고급 반도체 인력이 해외나 다른 직군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연봉 인상', 복지 강화 등 '근무환경 개선', 퇴직 이후의 반도체 분야의 커리어 패스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개발직이 선망의 대상은 아니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서 연봉 수준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유출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당장 SK하이닉스가 경력직을 채용할 때도 직원들이 들썩이는 상황. 이들을 눌러 앉힐 '당근'이 경쟁력 회복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주52시간 예외 적용은 허용해야 한다. 정확히는 주52시간 예외 적용이 반도체특별법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주52시간에 매몰돼 있지만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기업들의 부담금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주52시간 예외 문제를 제외하면 여야 이견이 없는 사항들이다. 정쟁에 막혀 반도체특별법이 또 다시 표류하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