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발발 일주일 만 기업 회생 신청 사실 밝혀
'정산 미지급→PG사 철수→기업 회생' 티메프 수순
2022년부터 위기 조짐 보여…누적 영업손실 724억원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전반 신뢰도 위기로 번져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이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지난 24일 정산 대금 지연을 공지한 지 일주일 만이다. 입점 판매자들은 사실상 대금을 온전히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난해 '티몬 사태'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신뢰도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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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록 발란 대표(왼쪽)가 지난 2022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 "검토중"이라더니 결국 기업회생 신청…입점사 분노 확산
최형록 발란 대표는 31일 입장문을 통해 "올해 1분기 내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다"며 "입점사들의 거래 대금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회생 조짐은 이미 지난 24일부터 감지됐다. 발란은 당시 입점 판매자들에게 "재무 검증 과정에서 정산과 관련된 미점검 사항이 발견돼 과거 데이터를 면밀히 재검토 중"이라며 "28일까지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28일 정산은 이뤄지지 않았고, 최 대표의 1차 입장문만 게재됐다. 그는 "정산 지연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주 내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직접 찾아뵙고 경위와 향후 계획을 투명하게 설명드릴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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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의 결제 시스템이 28일 오후부터 마비됐다. [사진=발란 홈페이지 캡쳐] |
구체적인 정산 일정과 미정산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은 채 28일 오후부터는 결제 시스템도 마비됐다. 발란 공식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구매하려고 하면 '결제 수단 이용 불가'라는 안내가 떴다. 업계에서는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대행(PG)사가 서비스를 중단하고 철수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입점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산 대금 회수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상 미지급 금액을 돌려받기 힘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일부 판매자들은 최 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 원, 입점 업체 수는 1300여 곳에 달한다. 정산 지연 규모는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2022년부터 악화된 재무 환경…'명품 플랫폼' 신뢰도 전반 위기로
발란의 재무 환경은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급증했던 거래액과 MAU 지표가 2022년 들어 모두 하락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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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생존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2년 기업가치는 3000억 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실리콘투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을 당시에는 10분의 1 수준인 300억 원으로 추락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된 영업손실만 총 724억 원에 달한다.
자금력이 도마 위에 오른 건 발란 뿐만이 아니다. 경쟁사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과 트렌비 역시 팬데믹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셀러들은 이미 "족보없는 플랫폼은 거른다"며 발을 빼고 있다.
불안감이 확산되자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유동성 현황을 공개하며 판매자 설득에 나섰다. 머스트잇은 최근 공지를 통해 2024년 기준 유동자산 110억 원, 유동부채 41억 원, 예수금 33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수금이 보유 자산을 초과하지 않는 상태다.
트렌비는 현금성 자산 80억 원을 보유 중이라고 안내했다. 2024년 결산 기준 트렌비의 당좌자산은 약 80억 원이며, 이 중 파트너 정산 예정 부채 35억 원을 제외하면 현금성 안전 자산은 약 45억 원이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