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포스코 등 '주 4일제' 시범 운영 기업들 '주 5일' 회귀 추세
노동 생산성 악화로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임금체계 개편 먼저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국민의힘이 '주 4.5일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근무시간 단축이 정치권과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4.5일을 거쳐 주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도 지난 22대 총선에서 주4일제 법제화 ▲노동시간 단축 정책과 로드맵 및 사업 지원 등 종합계획 수립 및 시행 ▲국가노동시간위원회 설립 및 운영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노동시간 체제 전환 등 4대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재계는 그러나 노동 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인력난과 사회 양극화 심화, 임금 보전 갈등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삼성·SK·포스코 등 '주 4일제' 시범 운영 기업들 '주 5일' 회귀 추세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를 운영중이지만,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에 다시 '주 5일'로 돌아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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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주요 대기업 [사진=뉴스핌 DB] |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부터 생산직을 제외하고 매달 한번 금요일엔 연차 소진 없이 쉴 수 있게 했다. 다만 필수 근무시간(40시간)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반도체 위기론' 속에 삼성그룹은 지난 해 4월부터 '전 임원 6일 근무제'를 실시중이다. 계열사별 차이는 있으나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출근한다
포스코도 지난해 '격주 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2주에 근로시간 80시간만 지키면 격주로 금요일에 쉴 수 있다. 포스코는 그러나 실적 악화와 함께 공장내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말 근무기강 차원에서 임원에 이어 팀장급까지 격주 주4일제를 폐지했다.
SK그룹은 2019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SK㈜,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 월 1∼2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SK그룹 역시 지난해 2월 24년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는 등 전체 임원은 주 4일제 적용 대상에서 배제했다.
일부 대기업들이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이같은 주 4일제는 총 노동시간은 유지하되 주중에 몰아서 일하고 한 달에 한두 번 금요일엔 휴무를 허용하는 식이다.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 최대 주 52시간) 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주 4일제는 아닌 셈이다.
◆ 노동 생산성 악화로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임금체계 개편 먼저
재계에선 집중 근무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 기업 풍토에서 주 4일제의 성급한 도입은 노동 생산성을 악화시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것으로 우려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 전쟁 촉발로 수출 감소 등 생존 위기를 겪는 현 시점에서 주 4일제는 너무 한가하게 들린다"며 "아직은 시기 상조이고, 법적으로 강제하기 보다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 해외 주요 국가의 주 4일제도 일부 실험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벨기에 정도가 입법화한 상황"이라며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앞서 근로시간에 기반을 둔 임금 체계, 유연 근무제 활용 등 다른 많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