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870만명 개인정보 유출...법원 배상책임 불인정
NH농협·KB국민·롯데카드 정보 유출 1인당 10만원 배상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지 한 달가량 지난 가운데 해킹 피해를 주장하는 이용자들이 SKT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배해상 집단소송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SKT를 상대로 50만~100만원 수준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SKT가 배상 책임을 면하긴 어렵겠지만,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위자료가 인정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대륜은 이날 피해자 235명을 대리해 SKT를 상대로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대륜은 오는 30일까지 추가 신청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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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여상원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가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SK텔레콤 상대, 유심 해킹 피해자 250명을 대리해 1인당 100만원 위자료 지급 집단소송 접수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05.27 leemario@newspim.com |
앞서 로피드법률사무소도 지난 16일 피해자 9175명을 대리해 1인당 5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1차로 제기했다. 이후 2차 모집을 진행해 이날 기준 1만3143명의 피해자가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건도 이날 기준으로 16만명 이상의 소송인단을 확보했으며, 노바법률사무소도 1만명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LKB와 로고스 등도 소송인단 모집에 나서고 있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소송 규모는 총 2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현재까지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사실관계만으로는 SKT의 책임 인정 여부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KT가 법령상·계약상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해킹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전문 구태언 변호사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현존하는 보안 기술상 막을 수 없는 해킹 기법도 있다"며 "그런 경우 법적 책임은 없어지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SKT가 손해배상 책임을 완전히 면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회 청문회와 두 차례에 거친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중간발표만으로도 유출 정보량과 시스템 침해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민사 전문 변호사는 "약관상 보호의무 등을 떠나 기본적으로 이용자와 SKT 사이의 신뢰 관계가 있는데도 이런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후 대응도 부적절했던 면 등을 고려하면 (책임은)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T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과거 판례에 비춰볼 때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인 50만~1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되긴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2012년 해커에 의해 KT 가입자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서 1심은 1인당 10만원 배상을 인정했지만 2심은 "KT가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기준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2018년 KT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확정지었다.
2014년 NH농협·KB국민·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당시에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피해자 1인당 10만원 배상만을 인정했다.
한 기업 전문 변호사는 "정보보호 의무를 위반하거나 보안 규정에 대한 소홀한 관리·감독이 인정이 돼야 (50만~100만원 위자료가) 나올 것"이라며 "단순히 해킹된 것만으로는 그 정도 위자료가 인정되긴 어렵다. 과거 판례를 비교해볼 때 10만원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사소송과 별도로 대륜과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유영상 SKT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과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해 SKT가 이용자 정보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게 고발 이유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