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A, 23일 'AI 법정책 과제' 주제로 상반기 공개 세미나 개최
'실증 막는 규제, 쓰지 못하는 데이터'…현장 목소리 쏟아져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 3대 강국(G3) 전략이 제도적 전환 없이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공 데이터의 개방 수준을 개선하고, 실행력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3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와 한국인공지능법학회이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새 정부 AI 법정책 과제와 제언'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는 학계·법조계·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인공지능(AI) 산업 진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이세돌 UNIST 특임교수는 "스타트업들이 기술은 있어도 실증 기회를 얻지 못해 무너지고 있다"며 "책임 회피, 자발적 실증, 비싼 GPU 등 모든 부담이 민간에만 전가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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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2025년 NIA 지능정보사회 법제도 포럼 상반기 공개 세미나' 현장. 이세돌 UNIST 특임교수가 기조연설 중이다. [사진=NIA 유튜브 채널] |
이세돌 교수는 "AI는 사람이 만드는 기술인데, 인재들은 연구 환경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해외로 떠나고 있다"며 "공공 데이터는 공개만 돼 있을 뿐 활용 가능한 형태가 아니며, 규제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꼬집었다.
또 "포지티브(허용된 것만 가능)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네거티브(금지된 것만 제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정책 설계와 도전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체계가 AI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데이터 활용의 법적 불확실성과 규제 리스크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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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2025년 NIA 지능정보사회 법제도 포럼 상반기 공개 세미나' 현장. [사진=NIA 유튜브 채널] |
강태욱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해석의 유연성이 부족해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 활용이 사실상 어렵다"며 "계약 이행, 정당한 이익, 추가 이용 등 일부 법적 근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확실성과 과징금 리스크 때문에 기업들이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AI 개발 목적 특례가 담겼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며 "법제 미비로 인해 정부의 투자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AI 산업은 결국 데이터 활용에 기반해야 하며, 공공 데이터도 형식 불일치와 메타데이터 부족 등으로 현장에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규제는 복잡한데 데이터는 비정형적이라, 실제 현장에서는 AI 학습에 활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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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2025년 NIA 지능정보사회 법제도 포럼 상반기 공개 세미나' 현장. [사진=NIA 유튜브 채널] |
이효진 법무부 전문위원은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국가 AI 거버넌스 체계의 실질적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진 위원은 "현재 국가 인공지능 위원회는 심의 기능에 머물러 있어 전략을 실행할 권한이 없다"며 "대통령실 정책 수석 신설, 범정부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표준은 자율규제와 법제도의 가교 역할을 하며, 규제 공백을 메우고 기업의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라며 "EU처럼 표준 준수 시 규제 이행을 추정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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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
아울러 "글로벌 표준화 주도권 확보가 곧 기술 경쟁력이며, 한국도 국제 거버넌스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글로벌 표준은 곧 규칙이자 시장 진입의 기준이 되는 만큼,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1월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마련과 가이드라인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AI 산업 혁신과 신뢰 확보의 균형을 목표로, 업계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 중이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