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몫을 '부채' 아닌 '계약자지분조정' 처리한 '일탈 회계'
김현정 민주당 의원 "회계처리 정상화 로드맵 검토해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관행을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정상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에 대해 회계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 매각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부채에 반영하는 절차를 거치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삼성생명의 '일탈회계'를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루거나 임시로 봉합하기보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원칙에 충실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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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 빌딩에서 열린 생명보험·손해보험사 CEO들과 간담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9.01.gdlee@newspim.com |
이 원장이 '국제회계 원칙 적용', '근본적 해결' 등의 의지를 밝히면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삼성생명 회계 논란이 어디까지 해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탈회계'를 바로잡는 것을 넘어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 배당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이러한 논의는 국제회계기준 적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회계처리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채 인식, 단순히 장부상 항목만 옮기는 것 아냐"
논란은 삼성생명이 1990년대 초 13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에게 유배당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이 보험료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지분을 대거 사들인 데서 비롯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취득원가는 5400억원이었지만 올해 8월 기준 평가액은 약 34조~36조원에 이른다. 삼성화재 지분 역시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 계약자들의 몫을 '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처리하면서 IFRS17 체제에서 '일탈회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원장은 이를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원상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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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삼성생명 회계쟁점 타임라인 [사진=손혁 회계지배구조투명성센터 소장] 2025.08.20 yunyun@newspim.com |
전문가들은 단순히 장부상 항목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를 부채에 반영해야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한다. 해외 보험사들도 배당형 상품에 대해서는 이 같은 시가평가를 적용한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IFRS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반영하는 '공정가치' 평가를 원칙으로 한다"며 "IFRS 기준에서는 '삼성전자 지분 평가이익 35조원 중 계약자 몫 9조원'이라고 단순히 '계약자 지분'으로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계약자에게 언제, 얼마를 배당할지 구체적으로 추정한 뒤 현재 가치로 할인해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취득원가' vs '시가'
이 원장의 '근본적 해결' 발언에 일탈회계와 함께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도록 제한한다. 그러나 보험업 감독규정은 이 한도를 취득원가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하고 있어 삼성생명은 예외적으로 규제를 피해왔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는 시가 기준 34조7000억원으로 총자산의 14.6%에 달한다. 법적 한도(3%)를 적용하면 27조원가량은 초과분이라 매도해야 하지만, 취득원가 기준으로는 5조7000억원(총자산의 2.4%)으로 한도 안에 있는 셈이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국제회계기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보험업감독규정 시행령에 위임 근거도 없어 삼성 특혜라는 논란이 있다"며 "회계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