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PF구조·감독 부실 '도마 위'
피해자 "즉각 보증금 반환 현실 대책 내놔야"
서울시 "보증보험 가입 조건 개선·사업장 매입 필요"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청년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청년안심주택'이 보증금을 잃을 수 있는 '근심주택'으로 전락한 가운데, 정책의 구조적 결함과 서울시의 총체적 관리 부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9일 오후 3시 국회에서 열린 '근심주택 된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이번 사태가 일부 사업자의 일탈이 아닌, 민간 개발에 과도하게 의존한 고위험 사업구조와 공공의 책임 방기가 빚어낸 '예고된 인재'라고 한목소리로 규정했다. 이들은 즉각적인 피해자 구제와 함께 청년안심주택의 지속을 위해 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 "서울시 홍보만 믿었는데"…고위험 PF구조·감독 부실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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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9일 국회에서 '근심주택 된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2025.09.09 dosong@newspim.com |
첫 발제를 맡은 이성영 동천주거공익법센터 연구원은 현재의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사업의 태생적 재무 취약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주도 자기자본이 매우 적은 구조에서는 금리나 공사비 상승에 취약하다"며, 대부분의 사업장이 총사업비의 8~12%에 불과한 자기자본으로, 나머지는 변동금리 PF 대출로 조달하는 고위험·고레버리지 구조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3개월 단위 변동금리는 최근 같은 금리 상승기에 사업자의 재무 안정성을 급격히 악화시켜 경매 사태를 예견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서울시가 권한에 비해 과도하게 홍보했다"며 "전세 사기 경각심이 있던 청년들도 '서울시가 하니까,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이라고 하니까' 공공이 보증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들어왔다"고 꼬집었다. 시의 대대적인 홍보가 청년들에게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신뢰를 심어줬지만, 실제로는 공공 출자 없이 민간의 이해관계로만 움직여 시가 개입할 권한이 거의 없는 구조적 모순을 방치했다는 비판이다.
권지웅 전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은 서울시와 사업자 간 협약서를 근거로 시의 법적·행정적 책임을 촉구했다. 권 전 위원은 "협약서를 보면 서울시가 감독할 권한이 있고,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한 달간 이행하지 않으면 협약 자체를 해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부터 문제가 공론화됐음에도 서울시가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관리·감독 책임의 방기라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선지급 후회수' 대책에 대해서도 "방향은 옳지만 구체적 실행 로드맵이 없어 피해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며, 특히 후순위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2~3년이 걸릴 수 있어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이 상태라면 청년안심주택 사업은 그만하는 게 낫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보증금 미반환이 단순한 금전 피해를 넘어 청년들의 삶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민간 개발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에게 큰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나, 세입자 권리 보호와 공적인 관리·감독을 위한 행정체계는 부재했다"며 정책의 근본적인 실패를 지적했다.
◆ 피해자 "즉각 보증금 반환"…서울시 "보증보험 가입 조건 개선·사업장 매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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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발언 중인 발제자들. 2025.09.09 dosong@newspim.com |
발제 뒤 토론에서도 해결 방법과 책임 소재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잠실센트럴파크 청년주택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노모 씨는 "입주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선후순위 구분 없이 모든 임차인의 보증금을 즉각 반환하는 실현 가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재란 서울시의원은 "청년안심주택 문제는 수년 전부터 시의회에서 지적됐지만 서울시가 사실상 방치했다"며 "이제 와서 민간 사업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등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태근 변호사는 "대출 약정서에 '임차인의 선순위 권리를 인정한다'는 조항이 있어, 소송을 통해 후순위 세입자도 선순위로 인정받을 길이 있다"며 사업 자체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양준모 서울시 전략주택공급과장은 "현재 4개 사업장의 피해액을 약 365억원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감정평가 결과 낙찰가를 통해 대부분의 보증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선순위 임차인에게는 보증금을 선지급하고, 후순위 임차인은 전세사기 피해자법에 따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도 "보증보험 가입 조건 개선과 문제 사업장 매입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에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토교통부 과장은 "지자체가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을 제대로 관리·감독했다면 문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건의한 보증 요건 완화와 공공매입 방안은 구체적인 안을 제출하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달팽이유니온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등이 공동 주관했으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로 참여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