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대규모 하향 수정…트럼프, 연준 금리 인하 압박 강화 전망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고용 통계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향 수정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노동부가 9일(현지 시각) 발표한 비농업 고용 지표 연간 수정 결과,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1년간 비농업 일자리 수가 기존 발표치보다 91만1000개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월가 예상치(60만~100만 개 감소) 중 상단에 가까운 수치다.
이번 수정치는 2024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의 분기별 고용·임금 조사(QCEW)와 세금 자료 등 더 포괄적인 데이터를 반영한 것으로, 단순한 월간 보정과 달리 사실상 '고용 통계 전면 재작성'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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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취업 박람회에서 줄을 선 구직자들. [사진=블룸버그] |
앞서 1년 전에도 비슷한 조정이 있었다. 당시에는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고용 수준이 59만8000개 줄어든 것으로 최종 확정됐으며, 초기 발표치였던 81만8000명 감소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최대 하향 조정으로 기록됐다.
이번 수치는 과거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최근 고용 흐름 역시 부진하다. 6~8월 석 달 동안 월평균 신규 고용(비농업 부문)은 2만9000명에 그쳐, 실업률을 유지하기 위한 '손익분기점'을 밑돌았다.
특히 6월 고용은 최종적으로 1만3000명 감소로 확정돼 2020년 12월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7월(7만9000명)과 8월(2만2000명) 역시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며 노동시장의 약세 흐름을 뒷받침했다.
노동통계국(BLS)은 최근 신뢰성 논란으로 정치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 7월 발표된 비농업 고용 증가폭이 7만3000명(이후 7만9000명으로 조정)에 불과한 데다, 5~6월 수치가 급격하게 하향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행정부가 임명한 에리카 맥앤타퍼 당시 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후임으로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E.J. 앤토니를 지명했다. 앤토니는 그동안 연준의 금리 정책과 정부 통계의 신뢰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이 같은 대규모 수정은 BLS의 데이터 수집·분석 방식에 대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전체 노동인구(약 1억7100만 명)의 0.5%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정치·경제적으로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약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요구해온 금리 인하 압박 논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