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새 국방전략(NDS)에서 아시아 지역 방위선의 범위를 다시 설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전쟁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애치슨 라인'을 다시 그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이같이 보도하며 "미국이 일본은 확실히 포함하되, 한국과 대만을 어디까지 방위선에 둘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 세 가지 시나리오, 최대 변수는 한국·대만
니혼게이자이는 이상적인 방안으로 한국·일본·대만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를 꼽았다. 이 경우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어 억지력이 유지된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과 일본만 포함하고 대만을 제외할 경우,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여지를 남기게 된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일본만 포함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한국과 대만은 사실상 방위선에서 빠지게 되며, 이는 1950년 당시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발표한 '극동 방위선(애치슨 라인)'과 흡사하다.
당시 애치슨 라인은 일본·오키나와·필리핀 등을 연결하는 선으로, 한국과 대만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북한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비판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결국 한국전쟁 발발의 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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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내부 논의..."한국 핵 보유론"까지 언급
니혼게이자이는 또, 미국 정부 내부에서 한국과 대만 방위에 깊이 관여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대외 개입 신중파가 대표적이다.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핵무장을 묵인하는 대신 미군 개입을 축소하는 방안이 비공식적으로 거론된 적도 있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다만 이런 논의는 반발에 부딪혀 중단됐지만, 향후 재개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방부와 국무부의 주류는 전통적인 한·일·대만을 포괄하는 방위선 유지론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도 동맹을 축소할 경우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오히려 분쟁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다.
◆ 과거와 다른 현재...동맹 의존도와 지정학 변화
이번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1950년의 애치슨 라인과 현재의 지정학 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전쟁은 미군 개입 의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러온 비극이라는 평가가 강하다. 오늘날에도 미국이 방위선을 축소할 경우,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와 중국의 대만 압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한국은 현재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첨단 산업 기반을 갖춘 주요 동맹국이며, 대만 역시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방위선에서 이들 지역을 제외한다면 단순한 군사안보 문제를 넘어 경제·기술·글로벌 공급망에도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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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손에
니혼게이자이는 "아시아 방위선의 최종 형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문제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만, 중국의 군사 팽창을 억제하려는 의지는 약하다"며, 동맹국 간의 협력과 공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히 미국의 국방 전략 문구 조정 차원을 넘어, 동맹국에게 보내는 신호 효과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만약 한국과 대만이 방위선에서 빠진다면 북한과 중국은 이를 '미국 개입 축소'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 내에서도 핵무장론 등 자주국방론이 힘을 얻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새 국방전략은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와 아시아 지정학 질서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